기자명 정송이 기자 (song@skkuw.com)

나는 아직 멀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부서장이라는 타이틀에 정기자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자리에 앉아 있다. 아니, 내가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신문이라는 것에 흠뻑 젖어들고 있었다.
약 한 달 전,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란 여자, 신문 같은 여자”라고.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캐물으니 대부분 나의 얘기가 신문관련 얘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새 나의 말끝은 신문 얘기가 도배하고 있었다.
내가 신문에 취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것은 내 두꺼운 지갑 때문이었다. 일에 치여, 과제에 치여 피곤하던 나는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하며 지갑을 집어 들었다. 어, 그런데 꽤 무겁다? 이상하다. 내가 지갑이 무거울 만큼 돈이 많았던가? 기대를 안고 두근두근 지갑을 펼쳤지만 젠장. 지갑에는 만 원짜리 2장과 천 원짜리 2장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채 0.5kg도 나갈 것 같지 않은 지폐 4장이 내 지갑을 무겁게 하던 주범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내 지갑을 무겁게 하는 범인은 누구인가? 속속들이 지갑을 살펴보자 명함들이 주르륵 쏟아졌다. 학교 관계자부터 시작해 △타 학보사 기자 △희망연구소의 서진규 교수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님 △‘인문학 콘서트’의 저자 최재천 교수님까지 총 38장의 명함이 들어 있었다.
하나하나 다시 주워담으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이 분과 만났을 때는 재밌었지’, ‘이 분과 만났을 때는 좀 떨렸어’ 등 찰나의 추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작 1년 하고도 조금 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서 취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사진기자이기에 다른 기자들이 취재할 때 사진을 찍으려 동행하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을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만날 수 있었으리라. 좋지 아니한가? 내 지갑의 무게는 수많은 만남과 그에 관련한 추억으로 뭉쳐있다. 그래, 내 지갑은 무겁다. 돈보다 가치 있는 형용할 수 없는 값진 것 때문에 무겁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나의 기자생활이 끝나기까지 이 아름다운 동행이 계속 될 것이다. 앞으로 기사를 쓴 기자이름에 ‘사진 - 정송이 기자’ 라고 써 있다면 생각해주길. ‘아, 이 신문 같은 여자가 또 하나의 명함을 얻었겠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