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기 쉬운 에너지 수집부터 효율적인 조절, 활용까지

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지난달 14일, 한 언론은 애플사에서 제공한 새로운 운영체제 iOS 5.1 버전은 기존 아이폰의 배터리 소모 속도를 완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아이폰의 배터리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과 무선 충전이 보편화되지 못한 것 때문에 발생한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IT 기기를 사용하다가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 겪은 불편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인체 활동 기반 그린 에너지 하베스팅 및 고효율 전력전송 기술(이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이름 그대로 인체 활동이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해 IT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강성원 박사·정명애 박사의 주도하에 진행 중인 이 연구에 한국섬유소재연구소, 조선대학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스템반도체연구부 인체통신SoC연구팀 강성원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티끌처럼 모아 사용하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섬유형 태양전지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유전 탄성체 기반 에너지 하베스팅 △인체 유기 잡음신호를 활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하베스팅 된 에너지 관리를 위한 에너지 변환회로 △저전력 인체 신호전송 시스템으로 총 다섯 가지다. 이 중 인체 활동 또는 주변의 에너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기술은 세 가지다.
먼저 섬유형 태양전지를 적용한 섬유제품은 섬유 가닥 하나하나가 태양전지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의류를 제작하면 자연스럽게 옷 자체가 태양전지가 된다. 최근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개발한 태양전지 비키니에 대해 강 박사는 “외국의 사례는 태양전지판 자체를 옷에 장착한 것이고 이 기술은 태양전지가 섬유화돼 옷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수집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유전 탄성체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하베스팅이다. 이 기술로 팔을 움직여 글을 쓰거나 걸어 다닐 때 관절의 움직임으로 발생한 힘으로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때 압전 물질이 그 역할을 하는데 압전 물질은 신체활동으로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PZT쪹가 주된 압전 물질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PVDF쪹가 이용되고 있다.
또 인체 유기 잡음신호를 활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을 통해 주위에 떠다니는 잡음을 수신해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잡음이란 형광등과 같은 전자기기가 내는 전자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기나 진공을 매질로 하는 것과 달리 이 에너지 하베스팅은 인체를 매질로 사용하고 가만히 있어도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에너지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집한 에너지 사이를 적절하게 모으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 박사는 말했다. 그래서 연구된 것이 저에너지 변환회로이며 이는 에너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변환된 에너지는 핸드폰과 같은 휴대용 및 착용형 IT 기기를 충전하거나 저전력 인체 신호전송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한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이렇게 조금씩 모아져 어디에 저장될까? “우리 몸에 허리가 중심이 되므로 그 위치에 허리띠와 비슷한 형태의 에너지 충전소를 만들 것이다”라고 강 박사는 설명했다. 핸드폰 기계에 배터리가 달려있는 것과 같이 충전소를 제작해 몸에 부착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강 박사는 전체적인 기술에 대해 “단순히 에너지를 얻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수확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잘 분배할 수 있는지, 모두 연구하는 것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다”라며 덧붙였다.

난관을 딛고 실용화까지
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운 점을 강 박사에게 물었다. 섬유형 태양전지의 경우, △태양전지 형태의 가느다란 섬유를 코팅하는 기술 △가는 태양전지를 다른 선과 연결하는 것 △옷이 자연스럽게 굽혀질 수 있도록 연성이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점이라고 강 박사는 답했다.
그리고 유전 탄성체 기반 에너지 하베스팅에서 유전 탄성체를 이용한 착용형 밴드가 신체에 부착된다. 이때 섬유형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PVDF를 얇게 만들어서 밴드를 제작하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인체 주변의 유기 잡음신호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때는 공기 중 잡음들이 무엇이 있는지 전파를 △발견 △분석 △수득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다시 말해, 주변에 퍼져 있는 전파 중 밀도가 높은 곳을 찾아 전력으로 바꿔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에너지가 변환될 때 손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100% 수확할 수 없다. “변환되는 전체 에너지의 1%만 얻어도 매우 잘 얻은 것이다”라고 강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섬유형 태양전지 하베스팅 약 80mW/h △유전 탄성체 하베스팅 약 83mW/h △인체 주변 유기 잡음신호 하베스팅 약 7.2mW/h의 전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세 가지 방법으로 에너지를 모으면 약 90.2~163mW/h가 발생한다고 바라보는데, 아이폰으로 연속통화할 경우 시간당 766mW가 필요한 것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양은 아니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얻은 소량의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본 기술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만약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올까. 강 박사는 “현재 주된 에너지 원인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못지않게 주변 에너지 수확을 통해 그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전기가 없어 휴대용 IT 기기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만들 것이다”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기사도우미

PZT(Lead Zirconate Titanate) : 대표적인 압전 물질로 휴대용 가스렌지를 점화시킬 때 충격을 주면 높은 전압을 발생해 불꽃을 일으키도록 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PVDF(Polyvinylidene Fluoride) : 압전 물질의 하나로 매우 반응성이 낮고 순수한 열가소성 불소고분자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