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고, 지금도 그럴 생각이 없다. 기자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직업이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특히 사진기자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으로 신문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평소에 나는 아빠의 서랍장에 놓인 DSLR을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진 찍기에 관심이 없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나는 신문사에 ‘빈손’으로 들어왔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신문사에 들어오게 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그 어느 하나 쉽고 편한 것이 없었다.

특히 시간 관리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매 트레이닝마다 있었던 글쓰기 과제는 내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어, 학교 공부보다 신문사 과제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지경이 돼버렸다. 신문이 발행되기 전에 하는 편집회의, 방학 중에 하는 각종 회의는 도통 끝날 줄을 몰랐다.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나의 소중한 토요일들은 온통 날아가기 일쑤였고, 떠오르지 않는 기획을 잡기 위해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했다. 사진 칼럼을 써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미지의 피사체를 찍기 위해 목적지 없이 돌아다녀 본 적도 있다.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란 당위성은 있었지만, 그 가치에는 항상 희미한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가까운 미래에, 그러니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내가 신문사에서 보낸 시간들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신문사 생활을 하며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지금이 아니고서야 내가 찍은 사진, 쓴 글을 신문에 내보낼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어느 때에도,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또 고단한 신문사 생활 사이사이에 내리는 단비 같았던 기억들도 여럿 남아있다. 회의를 통해 통과되는 내 기획, 기사 오른쪽 구석에 박히는 내 이름과 기자 직함, 잡힐 줄을 모르다 문득 찾게 되는 기획들, 동기들과 밤새 연습했던 장기자랑, 정말 좋은 신문사 사람들……. 그것이 선물이든 짐이든 처음 ‘빈손’으로 왔던 내가 무언가를 한 아름 안고 힘차게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훗날, 내가 더 큰 어른이 됐을 때에는 “나의 20대 초반을 신문사에서 보낸 것은 참 잘한 짓이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