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신문사에서 지낸 2개월은 ‘흐려져 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기자란 어떤 직업이고, 신문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견해는 단단하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건축물 같은 것이었다. 매일 신문을 읽었지만, 신문과 독자와 권력 간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신문지 위에 인쇄되어 있는 수많은 글자들을 보며 신문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그 경험에 기대어 신문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신문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시도한 첫 번째 구체적인 행동이 바로 성대신문사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성대신문사에서 수습생활을 하며 읽고, 쓰고, 토론하는 동안 기자, 신문 그리고 나에 대한 확고했던 생각들은 점점 흐려져 지금은 경계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질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수습 트레이닝에서는 신문의 역할, 편집권과 배포권에 대해 스스로 생각했고, 기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은 무엇인지도 스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세상과 나에 대해서 매우 많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뚜렷하고 선명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노래 중, “지루하게 선명하기 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라는 가사가 있다. 세상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선명하다. 대신 자기가 알고 있는 좁은 세계가 정답이라 생각하며 꽉 막히고 재미없는 태도로 일관할 것이다.

내 생각이 흐려져서 좋다. 그만큼 유연해지고 개방적인 태도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대신문에 들어오기 전에는 타인과 대화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내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하며 변화 없이, 발전 없이 살아왔다. 신문사 사람들의 회의문화, 집단작업을 관찰하는 것 또한 나의 이런 변화를 촉진했다. 내 태도와 맞물려 진로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나는 더 이상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고, 미리 진로를 결정하기가 싫다. 아는 만큼만 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대신 나는 아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