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다. 25세가 지나면 더 이상 안 팔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이 이와 같이 언급해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헤프닝이 있었다. 아마 앞서 소개한 작품의 작가 필리스 체슬러(Phyllis Chesler)가 봤다면 탄식했을 만한 일이다.

ⓒ saplanet originals

그녀는 1940년대에 태어나 60, 70년대에 여성 연구 교수로 페미니스트로서 강연을 하고 저서를 내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그녀의 작품이 하는 이야기가 구시대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그녀가 여성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라고 외친지 50,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들은 위의 여자 연예인과 같이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녀가 『여자의 적은 여자다』를 쓰게 된 것은 지극히 가슴 아픈 그녀의 경험 때문이다. 80년대 당시, UN에서 여성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녀는 UN 사무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고소할 수 없었다. 당시 UN 사무관을 성폭행이라는 이유로 고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만큼 보수적이고 암묵적인 시대였기 때문이다. 대신 동료 페미니스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흑인이었던 그 친구는 인종차별이란 문제를 삼아 체슬러를 배신하고 흑인인 가해자 편을 들어준다.
그때 그녀는 동지라 느꼈던 여성이 친구에게서 심한 배신감과 증오를 느꼈다.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여자들 간의 관계 속에서 항상 여자만을 표적으로 삼는 ‘나쁜 여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20년 넘게 ‘여자에 대한 여자의 잔인성’에 관한 주제를 연구해왔다.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다』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여자 또한 남자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 여성들 특유의 잔인성이 생겨나지 않도록 권한다.
그녀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 『죽이고 싶은 여자가 되라』에서 그녀는 편지 형태로 젊은 페미니스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당시 남성들에게 그녀가 받았던 부당한 대접들에 대해 고백하며 편지를 받는 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늘 남자들은 여자의 집안일을 ‘도울 뿐’이다”, “당신은 1인치씩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의 살을 몇 인치씩 줄이는 데 더 많은 생각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대에 국한된 것도 존재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마저 관통하는 내용이 존재한다. 이는 ‘알파걸’과 같이 여성이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그녀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이야기와 삶을 들어보는 것을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