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진 기자 (eun209@skkuw.com)

나는 이중적이다. 소심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또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수많은 고민 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아마 큰 용기를 내 도전한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을 잊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신문사 일도 마찬가지였다. 면접을 볼 때 선배들이 ‘힘들 수도 있다’, ‘신문을 제작하다 보면 밤을 새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나를 겁줬지만 그래서 오히려 어떤 일인지 더 궁금하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는 간사하다. ‘간사하다’란 ‘원칙을 따르지 아니하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변하는 성질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난 내가 간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대학생활에서 꿈꿔왔던 학보사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된 기사를 써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취재요청을 거부당하고, 학보사 기자라고 무시당할 땐 ‘이런 게 신문사 생활인가’라는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첫 부서기사가 나가고 취재원에게서 직접 ‘기사 잘 봤다’라며 전화가 오고, 실제로 만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인생의 롤모델을 취재원으로 만나고, 밤새 고민해서 쓴 기사가 ‘김은진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지면에 나갔을 때는 그런 생각이 다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늘 이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신문사 일하길 잘했어’라고.
나는 전문적이지 않다. 취재 내용에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기자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학술부 기자로서는 말이다. 조금은 생소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학술부를 나는 1지망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학술부 기자로서 전문적인 학술 내용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의 경계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이번 취재 또한 그랬다. 취재를 위해 우리 학교 교수님을 찾아뵙고 있었다. 취재 내용에 전문적이지 못해 자신감이 없는 내 모습을 간파하셨는지 취재 도중 교수님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기사는 그대로 받아 적는 기사”라며 “기자 자신이 이해한 부분만이라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기사가 매우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기자가 이해한 부분까지만이라도 기사에서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뤄주면 된다고 조언해 주신 것이다. 그 말씀을 듣는데 머리가 번쩍 뜨였다. 지금까지 내가 고민해왔던 것이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에 해결된 것이다. 나는 학생 기자고, 아직은 학술 내용에 완벽히 전문적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학술부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은 내가 이해한 부분을 독자들이 쉽고, 읽고 싶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었다. 취재보다 더 값진 교수님의 말씀이 최근 신문사 생활에 자신감을 잃어가던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중적이고 마음이 들쑥날쑥하는 간사한 나에게 이야기했다. ‘역시 신문사 일을 하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