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법99) 동문

기자명 정지은 기자 (skkujen10@skkuw.com)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끊임없이 고민하세요”
TV에 나오는 미녀 통역사의 모습에 당신은 막연히 근심 하나 없는 ‘엄친딸’의 이미지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녀는 바로 박혜림(법99) 동문이다.
그녀가 법대로 진학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사업하는 데 법적인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녀에게 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들어오고 나니 전과를 고민할 정도로 그녀에겐 전공이 맞지 않았다.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아보고자 했지만 어려웠다. “열정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정말 답답했어요.”
3학년 때 참여한 봉사활동은 그녀의 인생에 ‘영어’가 들어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학교에서는 타대 어학당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초대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르쳐 주는 행사를 주최했다. 그녀는 그곳에 통역사로 자원했다. “언어권ㆍ문화권이 다른 양쪽을 내가 매개체가 돼서 이어준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영어에 큰 흥미를 느낀 그녀는 이후 매일 영어와 붙어있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영어에 관한 관심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대학 졸업 후에 대기업에 입사해 경영관리 본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한 지 채 1년이 안 됐을 즈음 한 계열사 대표가 던진 말이 그녀를 흔들었다. 일본에 출장을 갔을 때 함께했던 여자 통역사가 있는데 정말 멋지다는 것이었다. “저한테는 그게 광명의 순간이었어요. 통번역 쪽으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그녀는 생각을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한 달 반 뒤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 다음 날부터 바로 학원에 다니며 공부했다. 그리고 이듬해 몬트레이 통번역 대학원에 합격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던 그녀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왔다. 오른쪽 눈의 황반(시상이 맺히는 곳)에 구멍이 생기는 황반원공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그녀는 재생 물질을 넣는 수술을 한 뒤 약 3개월간 요양을 했다. “요양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요. 또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던 거죠.”
눈이 안 좋은 상태로 통번역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길을 찾기엔 막막했다. 그런 그녀를 세상으로 이끈 계기는 ‘뷰티워’라는 TV 프로그램이었다. 피부미인을 가리는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최종 3인에 들었다. 방송 출연을 통해 그녀는 지원서에 적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싶습니다’라는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통번역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서 통역사로 활동하며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리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외국인 참가자의 통역사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프리랜서를 선언한 그녀는 단순히 통번역사로 머물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육 방송 분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20대 때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라고 전한다. 나한테 맞는 일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야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평생 가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고민을 계속 구체화 해나가고 있는 과정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