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집단 '모임 별'

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모임 별’의 구성원 7명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결합체가 아니다. 느슨한 결속으로 묶인 별자리처럼, 7명의 예술가는 함께 작업하지만 각자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임 별’의 정체성은 인디밴드인지, 디자이너인지, 잡지편집인인지 정의하기가 어렵다. 조촐한 술 모임으로 출발한 이 집단에서는 놀이와 생업과 예술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2000년부터 시작된 ‘모임 별’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씨실이 되고 날실이 되어 은하수같이 고운 천을 쉼 없이 자아내고 있다.

모임 별 제공
권세진 기자(이하 권): ‘모임 별’이 결성된 계기와 하고 있는 활동이 궁금하다
모임 별(이하 별): ‘모임 별’은 2000년, 전혀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온 친구들의 우연한 술 모임으로 시작됐다. 이후 시 낭송회 등의 활동을 함께하게 되면서 단순한 술 모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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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장편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의 음악을 프로듀싱 했고, 틈틈이 비정기 잡지 ‘월간뱀파이어’를 발간해 왔다. 올 3월에는 정규앨범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발매했다. 이 밖에도 △건축 설계 △미디어 아트 △시각디자인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 우리는 ‘모임 별’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상업, 비상업 프로젝트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든 기본적으로는 느슨한 관계로 유지되는 친구들 간의 ‘술 모임’이다. 우리는 종종 연주회와 파티를 주최해 다른 친구들을 초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연주회와 파티에는 단순한 규정이 있는데, 술 모임에서 출발한 집단인 만큼 입장료 외에 다섯 병 이상의 술을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 관객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

권: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별: 초창기에도 별다른 목표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어쩌면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별 갈등 없이 이 관계를 유지하며 이것저것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 시작할 땐 술집이나 카페가 아닌 정식 클럽에서 공연을 한 번만 하고 싶었다. 또 유치해도 좋으니 직접 잡지를 한번 만들어 봤으면, 음반을 하나라도 발매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간절했던 꿈들이 이루어져서인지 지금은 특별히 이루고자 하는 것이 없다. 그때그때 해야 할 과제들을 열심히 만들어갈 뿐이다. 또 우리는 커다란 대중적인 인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가끔 열리는 소소한 연주회와 파티에 찾아와 함께 즐기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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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최근 ‘모임 별’의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열렸는데
별: 5월 한 달 동안 ‘모임 별’의 미디어아트 개인전 ‘Just KIDding’이 열린다. 건물의 내·외부에 커다란 LCD 패널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설치했다. 이번 개인전의 영상 작품들은 전시 공간인 을지로 인근을 오가는 직장인들과 보행자, 운전자들에게 건네는 가볍고 유쾌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라 불리는 최근의 많은 전시가 어려운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우리의 전시회는 현대의 기술적 흐름을 가벼운 마음으로 체험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권: 창작물이 음악, 잡지 등으로 다양한데 그것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스타일이 있다면
별: 어떤 틀을 정해놓고 작품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창작물 안에 담으려 한다. 상업적인 작업의 경우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작업을 의뢰한 고객과 해당 프로젝트에 적합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임 별’에게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외부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냥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창작과 예술을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특별히 ‘창작’한다거나 ‘예술’을 하기 위해 무엇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업과 여가 활동, 교우관계와 사회생활 등이 모두 씨실과 날실로 엮여 하나의 천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권: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별: 우리도 이런저런 일들로 대학생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가끔 있더라. 공교롭게도 우리 ‘모임 별’의 구성원 일곱 명 중 학부에서 전공(건축, 시스템경영, 철학, 불문, 무역, 의상디자인, 수학)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의 선택과 그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했던 것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쩌면 삶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은 ‘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사려 깊되 모험심 많은 벗과 좋은 술은 젊은 날의 하루하루를 풍성하게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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