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없이 살아보기

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김원식 기자는 하루 중 절반을 인터넷과 함께 보낸다. 집에 있는 대부분 시간을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 인터넷을 하는 데 보내며, 밖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을 한다. 그의 월평균 3G 사용량은 약 4,700MB 정도다. 기자는 5일 동안 인터넷(3G 포함)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체험했다.
※카카오톡(이하 카톡)의 경우 문자 대용으로 3G 사용을 허용

20일 일요일 저녁
30분 후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다. 몇 시간 전부터 이번 주에 있을 팀플 자료를 전부 조사하고, 약속들을 전부 확인했다. 기사를 쓸 자료도 어느 정도 찾아놓는 등 인터넷 없는 5일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컴퓨터를 맘대로 못하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으니, 앞으로의 5일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appoulsen

21일 월요일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 첫째 날이다. 체험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전화랑 카톡만 있으면 되지 인터넷이 없다고 큰 불편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 없는 생활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웹툰을 보지 못하는 사소한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과제를 위해 수업이 끝난 후 도서관으로 향했다. 학술정보관 홈페이지를 이용해 필요한 책을 검색할 수가 없어 역사 분야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전부 살펴봤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1분이면 찾을 자료를 책을 통해 찾으려니 30분이 넘게 걸렸다. 인터넷 없이 과제를 하니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찾은 자료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 없는 생활의 비효율성을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다.
힘든 하루를 영화로 마무리하고자 마음먹고 심야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휴대전화로 상영 시간표를 찾을 수 없어 집 앞 극장까지 직접 걸어갔지만, 맞는 시간대가 없어 도로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없이 사는 첫 번째 날이 짜증과 고난 속에서 지나가고 있었다.

22일 화요일

ⓒMicrosoft


3G를 사용하지 못하니 막상 휴대전화로 할 게 없어졌다. 평소 수업시간에 많이 검색했던 △네이트 판 △성대사랑 △싸이월드 클럽에 접속하지 못하고, 페이스북에 들어가 친구들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수도 없으니 이전에 비해 교수님의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됐다. 게임 어플을 켰지만 5분 만에 꺼버리고 옆에 앉은 학우가 인터넷을 하는 걸 흘끔흘끔 쳐다봤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니 세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신문을 들고 나올 걸 그랬다.
친구들이 그룹 카톡으로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도 오고가는 △정치 △스포츠 △연예 얘기도 왠지 나와는 관계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Google

23일 수요일
오늘은 일찍 학교에 가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수업 시작 전까지 도서관에서 팀플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책을 뒤져도 원하는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캠퍼스에 올라와 있는 과제 도서가 무엇인지 몰라 교수님께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는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과제를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5일 동안 인터넷을 못해 과제를 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면 교수님이 얼마나 어이없어하실까.
지금 내가 남들의 소식을 궁금해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남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페이스북 외에는 마땅히 올릴 곳이 없었다. 잠시라도 페이스북에 접속해볼까 생각했었지만 금세 마음을 접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왠지 내가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멀리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24일 목요일
초기에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갈팡질팡했지만 이제 점점 적응해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해 과제를 하는 대신 도서관에 들르는 일에 익숙해졌으며, 등교할 때마다 신문을 들고 나와 세상 소식을 듣는 데에도 자연스러워졌다. 3G를 사용하지 못해 자연스레 휴대전화를 만지는 시간도 줄어드니, 그만큼 수업에 집중하고 주변을 더욱 잘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오늘 오후 또 다른 체험자인 김기진 기자와 급히 연락할 일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친구를 통해 페이스북에 ‘연락하라’는 글을 남기고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약 1시간 만에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 오랜 시간 기다린 짜증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휴대전화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었다면 편지를 쓰고 며칠 동안 기다리는 일이 많았겠지’라고 생각하며 옛날 사람들의 인내심에 새삼 감탄했다.
오늘 하루 느꼈던 평온함을 어딘가에 알려주고 싶었지만 페이스북 말고는 마땅히 다른 곳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25일 금요일 정오까지

ⓒlisaclarke


오늘 정오는 인터넷 금지가 풀리는 시간이다. 아침에 ‘기프티콘을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지만 3G에 접속하지 못해 정오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체험 종료 30분 전, 지하철을 타고 가며 휴대전화와 아이패드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작은 기계 속에 빠져있는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했지만, 저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부럽기도 했다. 며칠 동안 인터넷을 쓰지 않으며 느낄 수 있었던 평온함도 좋았지만 내게는 세상과의 소통이 더 값져 보였다. 동대문역에서 정오가 되자마자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Mozila

마치며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체험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은 바로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1분이면 찾을 자료를 책을 읽으며 30분 넘게 찾기, 영화 시간표를 확인하러 극장까지 걸어가기 등 대부분의 일들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됐다. 물론 인터넷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복잡한 일들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을 수 있었지만 세상과의 소통이 일부 끊어졌다는 점에서는 별 의미 없는 이득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완전한 퀵백 세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