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나' 사이 경계에 서서
'군인'과 '나' 사이 경계에 서서
  • 정재윤 기자
  • 승인 2012.05.29 12:30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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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 <중간인(中間人)>

군대.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동시에 낯선 단어다. 누군가의 아들이며 친구, 애인이었던 젊은 남자가 삐죽삐죽한 머리의 군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일상적일 만큼 흔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를 벗고 군대라는 ‘집단’의 자아를 입어야 하는 군인이 뿜어내는 혼란스러움은 끊임없이 군대를 낯선 곳으로 느껴지게 한다.
사진작가 오형근의 ‘중간인(中間人)’은 대한민국 군인들이 군대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느끼는 불안과 갈등을 조명한 초상사진전이다. 지난 1999년부터 여성 초상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견고하지 못한 정체성, 그리고 그에 따른 소외감을 포착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군대라는 집단과 주체적 개인 모두에 속해 있는 군인들의 내적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

벚꽃 나무와 군인, 그리고 군견 '북두', 2010년 4월 / 아트선재센터 제공

작가는 인물에게 어떤 자세도 표정도 주문하지 않았지만, 전시작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어정쩡’하다. <붉은 벽 앞에 선 해군, 2010년 10월>은 육군 군복을 입은 군인이 부러질 듯 가느다란 벚꽃 나무 아래 꼿꼿하게 서있는 작품이다. 유약해 보이는 꽃나무, 봄빛 푸른 하늘은 차렷 자세로 주먹을 쥔 군인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며 배경과 인물이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남성다움의 상징인 군인과 연분홍빛 꽃나무는 한 프레임에 담겨 있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어색한 느낌을 안겨주는 데 충분한 것이다.
127mm 함포 앞에 서있는 해군,2010년 2월 / 아트선재센터 제공
온통 잿빛으로 가득 찬 사진 <127mm 함포 앞에 서있는 해군, 2010년 10월>을 보면 왠지 모르게 불편해진다. 밝은 대낮인데도 하늘과 바다는 생동감 넘치는 푸른색이 아닌 우울한 회색이다. 단순한 직선으로 이뤄져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는 대형 함포 앞에서 해군이 너무나 작아 보이는 것은 당연할 터. 검은 옷을 입은 해군의 잔뜩 굳은 표정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집단에 위축된 개인의 무기력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붉은 벽 앞에 선 해군, 2010년 10월>에서는 한 해군이 하늘빛 셔츠와 짙푸른 바지를 입고 녹슨 붉은 벽 앞에 서 있다. 우리 사회는 군인에게 용맹함과 남성다움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왔지만 이 해군은 그러한 고정관념과는 달리 무척 주눅 들어 보인다. 얼마 전까지 그는 애교 많은 막내아들이었을 수도 있고, 운동을 잘해 인기가 많던 친구였을 수도 있다. 갓 이병이 됐다는 이 해군은 하나의 개인으로 남지도 온전히 집단이 되지도 못한 바로 그 중간경계에 선 채 흔들리는 눈빛을 미처 감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붉은 벽 앞에 선 해군, 2010년 10월 / 아트선재센터 제공
기마전을 앞둔 군인, 2010년 5월 / 아트선재센터 제공

<기마전을 앞둔 군인, 2010년 5월>은 군인 초상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작가가 꼭 찍고 싶던 이미지다. 기마전은 모두가 함께 호흡을 맞춰야 승리할 수 있어 집단을 중요시하는 군대에서 흔한 경기이다. 그러나 작가는 군인들의 기마전을 카메라에 담는 대신, 기마자세만을 취한 사진을 선택했다.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는 군인들에게서는 집단의식보다는 개개인의 표정과 특성이 더 잘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이라는 개념이 가장 극단적으로 말소되는 집단인 군대, 반대로 개인 자체가 주제로써 극대화되는 예술 장르인 초상. 물과 기름 같은 둘을 엮어 작가는 일련의 사진들로 남겼다. 프레임 속 중간인(中間人)들의 눈빛은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전시기간 : 6.17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아트선재센터
△관람요금 : 성인 3000원, 
                    학생(대학생 포함)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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