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다큐의 꽃 피는 봄을 기다리다
독립다큐의 꽃 피는 봄을 기다리다
  • 정재윤 기자
  • 승인 2012.05.29 12:34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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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오정훈

카메라의 빨간 불이 꺼지더라도 카메라 속 현실은 계속되는 것.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오정훈은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사망한 대학생 강경대를 다룬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삶을 추적한 <세발 까마귀> △16대 총선의 낙선운동을 그린 <낙선> △학생 인권 조례 지정 후 학교의 모습을 담은 <새로운 학교, 학생 인권-이등변 삼각형의 빗변 길이는?> 등 굵직한 다큐를 제작한 오정훈 감독. 작년부터 독립다큐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독립다큐의 진흥을 위해 발로 뛰는 그를 만나 독립다큐멘터리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봤다.

 

김신애 수습기자 zooly24@skkuw.com
정재윤 기자(이하 정) :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오정훈 감독(이하 오) :
원래는 영화에 관심이 있어 대학 내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거리 시위 등을 촬영해 친구들과 함께 보기도 했다. 그 때 푸른영상에서 문익환 목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조연출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다큐 제작을 시작했다. 작품 제작이 길어져 오래 일하다가 푸른영상에서 함께 작업하자는 제의를 받아 푸른영상에 합류하게 됐다.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한 것은 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만난 결과였던 것 같다.

<새로운 학교, 학생 인권-이등변 삼각현의 빗변 길이는?>
정 :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
오 : ‘인연’이 닿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는 푸른영상의 다른 감독이 찍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내가 제작하게 됐다. 강경대 열사가 사망한 91년에는 나도 대학생으로서 거리에 많이 나가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한 학생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그가 강경대 열사였다. 그때 비디오카메라 하나 들고 일주일 동안 바깥에서 먹고 자며 병원 현장을 계속 촬영했었다. <약속 하나 있어야겠습니다>는 이렇듯 내 대학 시절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정 :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궁금하다
오 :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사전조사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찍고 싶은 주제와 등장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게 되면 그들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 계획을 짠다. 그 때 가장 중요한 일이 등장인물과 제작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큐는 현실 속의 사람을 촬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실 그대로가 아닌, 보다 핵심적인 문제를 강조해서 그리기 위해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호주제 폐지-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에서는 애니메이션처럼 그림을 사용하기도 했다. 사실 반드시 찍고 싶던 장면을 포착하는 우연도 필요한데 그건 흔치 않은 행운인 것 같다. 그런 행운을 만나는 것도 필수적이다.(웃음)

<호주제 폐지-평등 가족으로 가는 길>

정 : 독립다큐멘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오 : 
독립다큐는 지원이 부족해 제작하기 어렵고, 겨우 제작하더라도 상영할 곳이 없어 고생하며 상영을 해도 관객이 없어 문제를 겪는다. 먼저 다큐멘터리가 많이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 지원이 충분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사회문제를 성찰하고 담론을 형성하도록 하는 사회적 공공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상영을 위해서는 전문 아카이브를 마련하고 장기상영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제작 지원과 상영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인 것 같다. 관객이 없으면 일단 제작을 못 하지 않나. 관객들 스스로 영화 지지층을 형성하지 않으면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예술영화 전반이 사라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 자체가 독립 영화계에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영화를 지지해주셨으면 한다.

정 : 인디다큐페스티벌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은 없나
오 :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작년과 올해 모두 영화진흥위원회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다. 독립다큐 계에는 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모든 재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상업화될 가능성이 크고 규모적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외부 재정에 의존하는 것 또한 지원해 주는 곳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 재정 지원과 자체적 재원 조달이 모두 필요하다. 공적 지원의 경우 매년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3년, 5년 등으로 지원 기간을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 시스템을 마련한 후 사업 진행을 평가해 지속적인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년 공모에 따라 영진위의 지원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디다큐페스티벌 2012

정 :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오 :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독립다큐멘터리의 상영 창구와 같은 역할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배급의 기초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낀다. 또한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세 편씩 제작 지원을 하고 있다. 기존의 다큐멘터리 감독을 멘토로 지정해서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재정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성과가 좋은 편이다. 봄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됐던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는 제3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봄 프로젝트’가 더 활성화돼 신진 감독들의 작품 제작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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