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섬유93) 동문

기자명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생각과 삶이 녹아있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을 통해 작은 울림을 전하고 싶어요.”
‘생활을 위한 삶’을 사는 게 아닌 ‘삶을 위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김성용(섬유93) 동문. 목적도 재미도 없는 삶을 살기 싫어 서른을 하루 앞두고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작은 영향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사진가 △티칭아티스트(Teaching Artist) △전시 기획자 △기자 등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은 ‘사진’이라는 공통 요소로 이어져 있다.
김 동문의 작품에는 당연하면서도 인식되지 않았던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는 두 개인전에서 늘 보았던 달의 존재와 죽음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환기시킨다. ‘위로하는 빛’ (2006) 사진전의 작품들에는 항상 달이 등장한다. 달을 보는 순간 그의 마음을 잔잔하게 해줬던 여운을 사진으로 남겨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생의 한가운데서’ (2008) 사진전의 메시지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낱말)이다. 식물의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꽃이 떨어진 사진을 통해 ‘죽음’을 환기시켜주는 것이다. 이미지보다는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김 동문은 “소리굽쇠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큰 울림은 아니지만 작은 울림이 파동처럼 잔잔하게 전달되는 것 같이 말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은 울림은 그의 일상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과 성북창작예술센터 ‘삼분의 이’에서 티칭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장애아동들과 사진 수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시도 기획한다.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아동들이 청각과 촉각에 의존해 사진을 찍으면, 아이들 자신이 무엇을 찍었는지 설명해주고 이를 전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선미 학생의 ‘친구의 빡빡 깎은 머리’ 작품 옆에는 ‘친구의 깎은 머리를 만져보며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촉각을 찍은 것이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교육하고, 그들이 찍은 사진을 읽어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유명 작가들이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겉핥기식 봉사를 하는 것에는 반감을 표했다. 아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비장애인들이 보기에 좋은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그는 시각 장애아동 교육의 교본이 될 교습지를 집필하고 있다. 김 동문은 올가을 또 다른 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작품을 보고 놀라기보다는 이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과 봉사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는 어렵기에 그는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취재기자로 인물 인터뷰를 하거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계의 여러 방면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사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진심 어린 걱정을 표했다. 사진의 위상을 견고하게 지켜나가야 할 언론사가 진지한 고민 없이 찍은 사진을 내보내는 것과, 이미지적인 단면만 보고 사진을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개탄하면서 말이다. “예쁜 사진보다는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사진, 생각과 삶이 녹아있는 사진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생각이 작은 울림처럼 우리에게 잔잔하게 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