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행동이 낳은 마음의 평화
되풀이되는 행동이 낳은 마음의 평화
  • 김은진 기자
  • 승인 2012.06.04 15:59
  • 호수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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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는 의식 리추얼, 서로의 존재 인정해줘

△잠들기 전 30분 명상하기 △일주일에 한 번씩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모임 갖기… 이같이 자신과 또는 타인과 특정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반복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을 심리학에서는 ‘리추얼(ritual, 의식)’이라고 부른다. 책 『관계의 미학, TA』에 의하면 리추얼은 일상적인 인사에서부터 종교적 의식에 이르기까지 전통이나 습관에 따름으로써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월급날 나 자신에게 작은 선물 사주기 같은 행위도 일상 속 리추얼에 속한다. / ⓒpixelthing
공식적 의식에서 소소한 의식으로
리추얼이 학계에서 처음 언급될 때만 해도 그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말 그대로 경건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의미했는데 그 예로 △명절 행사 △제사 △졸업식 등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범위가 확대돼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또는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작은 의식도 리추얼에 포함된 것이다.
특정 행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관계의 미학, TA』를 통해 리추얼은 인간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간신히 스트로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스트로크는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TA)이라는 심리치료 이론에 속하는 용어로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스트로크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을 이용해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반응이나 행위를 의미한다. 관련된 예로 아프리카의 한 부족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쓸데없는 나무를 말려 죽일 때 톱이나 도끼를 쓰지 않고 매일 나무 주위에 모여 “우리는 네가 쓸모없으니 죽어버려”라는 악담을 하면 어느새 죽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언어적 스트로크가 나무에게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트로크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관계의 미학, TA』의 저자인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이영호 교수는 “리추얼을 통해 서로 스트로크를 주고받으며 삶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바쁜 현대인들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스트로크가 줄어들면서 빼빼로 데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리추얼을 일부러 만들어 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일상적인 스트로크를 교류하기조차 힘든 오늘날에는 리추얼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루에 한 번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같은 행위도 일상 속 리추얼에 속한다. / ⓒTetra Pak
지친 생활 속 피로회복제가 되어
최근 대중들의 심리를 속 시원히 파헤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씨는 한 일간지를 통해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들라”고 조언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리추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생활 속 즐거움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또 그는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통해 문화는 리추얼, 그중에서도 정서공유의 리추얼이라고 언급했다. 즉, 특정 정서를 공유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공유되는 정서와 리추얼이 없는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문화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에게 현대 생활에서 적용되는 리추얼의 예시를 묻자 “나의 경우, 지방 강의를 마치고 오면 아내와 오랜 단골 음식점에 들른다”고 말했다.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오는 것과 같이 바쁘게 생활하느라 아내와 주고받지 못한 스트로크를 그런 리추얼을 만듦으로써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교류분석에 의하면 인간은 서로 스트로크를 주고받기 위해 사회생활을 영위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생활시간을 구조화해 총 다섯 가지로 나눈다. 이때 리추얼은 다섯 단계 중 타인과의 교류 수준에서 하위층에 속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타인과의 교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리추얼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쁜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살다 보니 현대인들은 서로 감정을 주고받을 시간조차 줄어들었다. 그래서 작은 리추얼에서도 의미를 찾고 행복을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삶이 건조하고 팍팍하지 않으려면 ‘내 삶이 더욱 좋아질 수 있는 나만의 리추얼’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스스로가 일상 속에 지쳤다고 느낀다면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들어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스트로크를 교류할 수 있는 리추얼을 같이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활동을 같이 해온 집단이 해체되더라도 서로의 교류를 위해 만남을 지속하는 것 또한 리추얼이 된다. ‘의식 절차’, ‘의례’를 의미하는 리추얼이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아 힘든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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