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토어

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오늘 오후 홍대 거리에 아주 독특한 매장이 떴다가 사라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소식이 뜨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간다 하더라도, 워낙 순식간에 사라지는 가게인지라 웬만큼 행동이 빠르지 않다면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눈앞에 섬광처럼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컴퓨터 팝업창과도 같은 이 가게의 이름은 바로 팝업 스토어(pop-up store)이다. 팝업 스토어는 하루에서 한 달 정도 짧은 기간 동안만 열렸다가 사라지는 이벤트성 상점이다.
짧은 시간 동안 열리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강한 파급력을 가진 팝업 스토어의 목적은 다양하다. 기업은 신제품 홍보를 위해 떠들썩한 잔치처럼 팝업스토어를 개장하기도 하고, 더 넓은 고객층을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서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 1일 홍대의 한 바(bar)에서 하루 동안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K·SWISS의 홍보 담당자 이재우 씨는 “기존의 백화점 내 매장과 달리 팝업 스토어에서는 길거리의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며 “이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팝업 스토어는 사방이 트여있어 지나가는 사람들도 매장 안을 구경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에 홍대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얼굴로 쇼윈도를 기웃거렸다. 안에는 브랜드의 캐주얼한 컨셉에 맞게 탁구대, 오락기 등이 마련돼 있어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게임을 함께 하며 친근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홍대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마련된 팝업 스토어는 사교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날 매장을 찾은 김이나(26) 씨는 “팝업 스토어는 일반 매장과 달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고 톡톡 튀는 활력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신애 수습기자 zooly24@skkuw.com

팝업 스토어를 단순히 대기업의 홍보 전략으로만 보는 비판적인 관점도 있다. 하지만 팝업 스토어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의 변화와 발맞추어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상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무조건 유행을 쫓아가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것, 남들과 다른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팝업 스토어에서는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평범한 제품들과는 다른 실험적인 상품, 한정판매 상품 등을 내보인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개성’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빈폴(BEAN POLE)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영국의 펑크 디자이너 킴 존스(Kim Jones)와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품을 판매해 마니아의 관심을 끌었다. 브랜드의 실험적인 상품들과 소비자의 이러한 개성을 향한 욕구가 만나는 지점이 팝업 스토어인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감각적인 자극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습성은 기업이 팝업 스토어를 상업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공간으로 꾸미게 했다. 지난 8월에 열린 갭(GAP)의 팝업 스토어는 인디 밴드의 소규모 공연을 수시로 개최해 방문하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한편 지난 2월에는 의류브랜드 셀러브릭(CELEBRIC) 팝업 스토어에서 캐리커처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재우 씨는 “제품에 담겨있는 상업적 미감과 순수예술의 접점의 화학 반응을 고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차세대 예술 공간으로서의 팝업 스토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신애 수습기자

팝업 스토어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열리는 매장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의 영향력까지 간과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알록달록한 물풍선처럼 톡톡 터지고 있는 팝업 스토어에는 언제나 신선한 활력이 충전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