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디자이너 신동관

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아름다운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라 답하는 사람. 신동관은 자신이 만드는 공간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 공간디자이너이다. 인간의 감정과 움직임과 삶을 담는 그릇인 공간, 그 그릇을 아름답게 빚어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신애 수습기자 zooly24@skkuw.com
권세진 기자(이하 권 )  : 공간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신동관 디자이너(이하 신 )  : 공간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이루는 작은 요소 하나만 바꿔도 그곳에 사는 사람의 움직임이 바뀌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집도 디자인을 잘하게 되면 가족 간의 대화가 활발해지고, 움직임이 많아져 삶이 생동감 넘치게 되는 것이다. 또 공간디자인은 건축 설계나 인테리어와는 다른 개념이다. 건축은 공간의 기본적인 구조와 관련된 것인 반면 인테리어는 좀 더 감성적이고 장식적인 것에 집중한다. 공간디자인은 구조적인 건축과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중첩되는 지점에 속하는 것 같다.
김신애 수습기자

권 :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신 :
공간디자인은 예술가의 주관대로 창작되는 미술과는 달라야 한다. 장식이 많지 않아도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한 조형비례를 찾는다면 다수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작업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사용자 즉 인간이다. 나아가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에 만족하면 안 되고 공간 안에 의미와 스토리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례로 영국에서 공동묘지 옆에 있는 도서관을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묘지의 이미지가 주는 철학적 울림이 도서관 사용자들에게 전달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묘지의 십자가들이 도서관 조각 유리 창문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이처럼 공간은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철학적 의미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 :  고객의 요구와 디자이너의 개성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신 : 
사용자 중심의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특성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객의 특성만을 고려하다 보면 공간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더하기가 힘들다. 똑똑한 디자이너라면 고객의 특징에 살을 붙여 그들의 공간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자신의 개성과 고객의 요구를 잘 조합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귀를 열어라”고 말한다. 내 고집만 앞세우기보다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디자인의 핵심을 잡아내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그러고 나서 내 스타일이 고객의 공간에 어떤 장점을 부여할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것인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권 : 환경친화적 공간을 추구한다고 들었다
신 :
건축가를 비롯한 공간디자이너는 건축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파괴하기도 하고 많은 쓰레기를 생성하며 환경파괴자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공간디자이너의 역할은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이 편리하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는 분리수거를 하기 좋은 동선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창문의 위치 또한 자연 친화적 공간디자인에서 중요하다. 나는 건물에서 가장 풍경이 좋은 곳에 반드시 창을 뚫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면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길러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 : 이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신 :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인 ‘CCRC' (Continuing Care Retiremnet Community)를 디자인했다. 이 작업을 할 당시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새벽 4시에 집에 가서 아침 8시 반에 출근하는 생활을 1년 반 넘게 할 만큼 고생했지만 내겐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이곳을 디자인할 때는 내 개성을 담아 디자인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사용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 은퇴한 노인들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장시간 그들을 관찰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 삶에 꼭 맞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책을 보고 잔잔한 운동을 하는 각각의 공간은 가까이 붙여놓아 동선을 줄였다. 이 작업을 하면서 사람의 생활패턴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신애 수습기자

권 : 공간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신 :
진정성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돈에 맞춰서 시공하고 후사는 책임지지 않는 업체들도 많이 존재한다.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하는 마음이 없고, 끝까지 작업 과정에 함께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경우다. 내가 하는 설계와 공사의 끝이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생활의 시작점이 된다. 때문에 내 작업이 끝나고 난 뒤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접어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나 작업 능력보다도 사람과 공간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참된 공간디자이너의 기본이다.

김신애 수습기자

권 : 앞으로 우리나라의 공간디자인 경향을 예측해 본다면
신 :
공간디자인은 보다 다양화 그리고 전문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국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취향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에 따라 공간디자인도 달라진다. 즉 디자이너들의 주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디자인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유행을 쫓아가기 보다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매진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나의 경우에는 노인을 위한 훌륭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단순히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삼대가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을 만들고 싶다. 또 이제까지 한국의 공간디자인은 선진국의 디자인을 차용하기에 급급했던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현대 건축물에서 한국성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이 한옥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한국적 공간디자인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타이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