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아르바이트 현장 동행 취재

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우리 학교 1학년인 A 학우는 여름방학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10시간 넘게, 토요일에도 용산 디지털 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을 배달한다. A군이 일하는 상점에는 하루 평균 300~400여 건의 배달주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 여름방학 알바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A 학우의 하루를 함께 했다.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19일 오전 8시.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A군과 함께 만원 지하철을 탔다. 움직일 수도 없이 사람이 들어찬 지하철에서 20분간 시달리고 나서야 겨우 용산 디지털 상가에 도착했다. 상가 안에 빽빽이 들어선 상점들은 이제 막 개장 준비를 시작했다.
9시가 되자 직원들은 상점과 멀리 떨어진 창고에서 재고를 꺼내 옮기는 일부터 시작했다.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20개의 박스가 실린 수레를 끌고 상점까지 이동했다. 배달량이 많을 때는 자신의 가슴팍까지 쌓아 올린 박스를 수레에 싣고 옮겨야 한다. 주로 전자 상가 내에서 배달하지만, 상가 밖으로 나가 배달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주문량이 많다 보니 바쁘게 배달하는 과정에서 수레에 부딪혀 다칠 때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강 과장은 “이 일을 하는 동안은 수레와 자동차, 딱 두 가지만 조심하면 됩니다. 수레와 자동차에 부딪혀서 다치는 경우가 가끔 있거든요”라며 기자에게 안전을 거듭 당부했다. 실제로 무단횡단을 하다 종종 자동차와 접촉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하지만, 주문이 밀려 바쁠 때는 시간에 쫓겨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배달 현장을 따라다닌 지 두 시간이 지나자 발바닥이 쑤시고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렇게 10시간 넘게 배달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A군은 “지금은 적응돼서 괜찮지만, 저도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뜨자 덥고 습한 공기로 A군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배달 주문서는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수북이 쌓여 갔다. 배달시킨 점심이 왔지만, A군은 20분도 안 돼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배달을 나갔다. 점심식사 후에 배달하다 보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그는 혼이 가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 상황에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현재 전자 상가 내 대학생 알바생은 얼마나 있냐고 묻자 강 과장은 “일이 고되다 보니 대학생은 얼마 없어요”라고 답했다.
김신애 기자
“사실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피곤해서 출근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아요”라고 말하는 A군은 많지 않은 시급에도 왜 이런 힘든 알바를 하려고 했을까. 그는 단순히 용돈 벌이로만 알바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직접 땀 흘려 돈을 버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을 쓰는 힘든 일보다는 앞으로 펜대를 잡는 일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힘든 알바를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는 그는 “그래도 부모님 지원으로 여유로운 방학 생활을 보내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해가 질 무렵 알바를 끝내고 퇴근하는 A군을 배웅했다. 그가 떠난 혜화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러 온 대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보내는 방학이 서로 다르다고 원하는 방학도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