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모든 대한민국 수험생들처럼 내게도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별자리 동아리에 들어서 밤마다 별 보러 다니고, 기타 동아리에 들어서 엠티 때 장작불 앞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그렇다면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 기구한 사연은 정말 우주의 계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내가 처음 성대신문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입학식 때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이후로 한 번도 기자가 아닌 적이 없었던 나는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학교 신문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성대신문의 발행인은 총장님이셨고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대신문을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게 갈팡질팡 삼월을 보내던 중에 성대신문이 편집권 독립을 내걸고 파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주의 부름을 받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성대신문사에 지원했다. 내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것을 그들도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처음부터 성대신문에 대한 애정을 느낀 건 아니었다. 길게 못 갈 투쟁이라는 것도 알았고 딱딱한 형식 하며 학교 행사 위주의 구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입사한 이유도 뭔가를 배워가겠다는 생각보다 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기자를 꿈꿔와서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준비된 기자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이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안다. 지난 몇 달 간 겪은 성대신문사는 나에게 그 어떤 수업보다도 많은 걸 가르쳐 주었으니까.

중학생 때 밤새워 읽었던 <신문읽기의 혁명>을 다시 읽고 언론 권력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했던 일, 편집권과 배포권,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해 몇 시간이고 얘기했던 일, 함께 이화마을로 출사 나갔던 일까지. 하나같이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트레이닝 이후로는 세상에서 제일 글 잘 쓰는 사람은 나라는 알량한 믿음 따위는 던져버리고 동기들로부터 그리고 동경해 마지않는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또 좋은 사람들이었다.

트레이닝 막바지에 들어서서부터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훨씬 줄었다. 파업도 끝나고 설문조사지도 함께 돌리고 스트도 배분 받으면서 슬슬 ‘평소’의 신문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학내 소송 사건을 듣고 쾌재를 부르는 선배의 모습과, 전날 입은 옷차림 그대로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분들 역시 나처럼 우주의 부름을 받은 게 틀림없다고. 시급 360원이라고 틈날 때마다 툴툴대면서도 이곳에 남아있는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것 외에 없었다.

지난 몇 달간 성대신문은 내게 끊임없이 과제를 던져주는 생각의 촉매였고, 나를 나이게 하는 각성제였고, 또 한없이 겸손하고 부끄럽게 만드는 반성의 매개체였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능력 있고 착하고 본받고 싶은 존경스러운 선배들을 만난 것은 정말 더없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함께 ‘회식’도 하고 트레이닝도 하며 수습기간을 보낸 동기들도 지금은 더 없이 소중한 존재다. 앞으로 실전에 나가면 트레이닝 때 꿈꿨던 나만의 청사진대로만 일이 굴러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남은 기간들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내고 싶다. 처음 자기소개에서 썼던 대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고로 결론은, 수습기자 신혜연이 바라본 성대신문사는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우주의 작품이라는 거. 글로벌을 넘어 유니버셜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밤하늘의 별보다도 나를 설레게 하고 흥겨운 기타소리보다 나를 즐겁게 하니까. 이런 간지러운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나는 이미 우주의 계략에 단단히 홀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