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권세진 기자 (ksj4437@skkuw.com)

 

 
막걸리, 정체를 밝혀라
막걸리는 막 걸러낸 술 혹은 거칠게 빚어낸 술이라는 뜻이다. 쌀뜨물처럼 탁하고 흰 빛깔을 띠며, 보통 도수가 6~8%로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 전통 술이다. 일반적으로 막걸리와 동동주, 탁주의 개념은 잘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사용되고 있다. 발효가 끝난 술은 대부분 맑은 층과 지게미 층으로 분리되는데, 맑은 부분을 따라내고 남은 것을 체에 거르면 막걸리가 된다. 발효가 끝나도 맑은 층과 지게미 층이 분리되지 않아 거르지 않고 마시는 술도 있는데 이것은 탁주라 불린다. 동동주의 제조과정은 막걸리와 동일하다. 술이 익어감에 따라 술 위에 밥알이 동동 뜨는데 이 때 술의 윗부분을 떠먹는 것이 동동주다.
막걸리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옛 문헌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12세기 문헌인 ?고려도경』에 “고려에는 찹쌀이 없어 멥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고려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그러나 서민들은 양온서에서 빚은 좋은 술을 얻기 어려워 맛이 박하고 빛깔이 진한 것을 마신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19세기 말 문서인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어삿도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모 떨어진 개상판에 닥채 저붐 콩나물 깍때기 목걸리 한사발 나왔구나”라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는 막걸리가 ‘목걸리’로 표기돼 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막걸리가 오랜 시간을 서민과 함께해온 술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막걸리는 쌀막걸리, 밀막걸리, 옥수수엿술, 고구마막걸리 등 재료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는 ‘고두밥’을 이용해 담근다. 쌀이나 밀, 보리 등을 찐 것을 고두밥이라 부르는데, 이 고두밥을 누룩, 물과 섞는다. 누룩이란 쌀이나 밀 등의 곡물을 빻아 반죽한 것이다. 누룩 반죽을 40℃ 안팎의 발효실에서 보름 정도를 묵히다가 35℃ 가량의 온도에서 보름을 더 건조시키면 완성된다. 완성된 누룩 속에는 술을 발효시키는 역할을 하는 곰팡이와 효모가 번식해있다. 고두밥과 누룩 섞은 것을 항아리에 담아 5~7일간 발효시키면 맑은 윗부분인 청주와 아래에 가라앉은 술지게미로 분리된다. 이 때 술독에서 청주를 떠낸 뒤, 그 밑에 지게미와 함께 남은 술을 체에 걸러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술 막걸리, 제 2의 전성기를 맞다
막걸리의 인기는 역사를 따라 변해왔다. 농업이 우리 사회의 주산업이었을 때는 농민들이 논밭에서 일할 때 마시던 새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막걸리의 인기는 점차 쇠퇴하고 판매량에서 맥주에 뒤처지게 됐다. 2009년, 웰빙 바람과 칵테일 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의 출시에 힘입어 막걸리는 다시 전성기를 찾게 됐고 그 인기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의 범위도 변화했다. 농부들이 새참으로 마시던 막걸리가 건강에 관심 많고, 맛있는 술을 찾는 도시의 젊은이들까지 매혹한 것이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해외에서도 막걸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2011년의 막걸리 수출량은 2009년보다 3배가량 증가한 1만 9407kL를 기록했다.
 
 
맛있는데 영양까지!
이처럼 막걸리가 대중적이고 외국인에게도 사랑받는 술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막걸리의 효능이 큰 몫을 했다. 웰빙 바람과 함께 다이어트에 좋고 영양가가 풍부한 막걸리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막걸리는 맥주보다는 열량이 높지만 △소주 △위스키 △포도주 등의 술 보다는 훨씬 낮다. 100mL 당 칼로리를 봤을 때 맥주가 36kcal고 막걸리는 46~63.9kcal, 소주는 141kcal다. 칼로리가 낮을 뿐더러 쌀과 밀로 만들어진 술이니만큼 한 잔만 마셔도 허기가 가시기 때문에 다이어트 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쌀을 가공해 만든 막걸리는 쌀보다 풍부한 영양소들을 갖고 있다. 이는 막걸리 발효과정에서 쌀 속의 단백질이 다양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성인의 8대 필수 아미노산 중 △류신 △리신 △메티오닌 △발린 △이소류신 △트레오닌 △페닐알라닌 7가지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 산은 면역력을 높여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준다.
또 생막걸리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시중에 파는 일반 막걸리는 크게 살균막걸리와 살균하지 않은 생막걸리로 나뉜다. 살균막걸리는 사후 발효가 더디게 진행돼 상온에서 6개월 내지 1년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생막걸리는 10℃에 냉장보관해도 10일 이상이 지나면 맛이 시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술지게미에 풍부한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어 건강에 좋다. 단백질, 식이섬유소, 미네랄로 구성돼있는 효모에는 각종 비타민이 포함돼 있다. 또 생막걸리 100mL에는 유산균이 1억~100억 마리가 들어있다. 요구르트 100mL에 10억 마리가 들어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양이다. 유산균이 소장에 들어가면 장내 수소이온농도(pH)를 떨어트려 잡균의 번식을 막아준다. 막걸리를 마실 때 흔들어 먹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윗부분만 따라 마시면 맛이 담백하고 칼로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흔들어 술지게미를 고루 섞어 마시는 것이 효모와 유산균 등 영양분 섭취에는 더 좋다.
이밖에도 막걸리의 상큼하고 톡 쏘는 맛을 내게 하는 성분인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몸에 피로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더 나아가 막걸리가 항암 효과와 혈중 지질 농도 감소, 혈압과 혈당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성과들도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막걸리, 넌 누구냐?>의 저자 허시명씨는 막걸리를 ‘착한 술’이라고 칭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막걸리는 일꾼들의 힘을 돋우는 노동의 벗이었고, 시인을 노래하게 하는 밥이었고, 노인을 봉양하는 우유였다”며 막걸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를 말했다. 앞으로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막걸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