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효진(연기예술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1. 영화 Midnight in paris - Woody Allen, 음악 Shove it - Santigold
2. 애매하고 어중간한 거, 알다가도 모르겠는 거 답답하고 재미없고 지친다. 필연적으로, 솔직하고 직설적인 날카로운 것들이 좋아진다. 알 수 없는 것 보다 알 수밖에 없는 것들이 보다 사랑스럽다. 그런 것들은 그냥, 이유 없이 좋아진다. 그리고 늘 얘기하지만 그런 것들은 절대 ‘그냥’ 싫어지는 법이 없다.
3. 걷잡을 수 없는 것들을 위하여 밤은 열기로, 잠을 들쑤신다. 잠에서 깨어 마치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려고 했던 사람처럼, 일자로 반듯하게 누워 천장과 커튼과 벽지와 조명을 세세하게, 그러나 마치 누가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은밀하게 관찰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날, 이 시간을 고대했던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듯, 그러나 설레어 터질 듯 기다렸던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농밀함이 내방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로 넘쳐흐르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기류를 만들어 나의 피부와 마음을 뚫고, 생각과 신념 자체를 관통한다. 벌떡 일어난다. 세면대 앞에 선다. 넘쳐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본다. 그것을 얼굴에 끼얹는다. 그러나 더욱 몽롱해지는 것이었다.
4. 여름엔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예상했던, 바라고 고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어간다. 겨울에 대한 그리움을 얻은 대신 쾌적하고 마른 공기를 잃는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얻은 대신 또 한 번의 젊음을 잃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1년 365일 중 여름에 가장 많은 젊음을 빼앗긴다. 청춘이 모두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 있기 때문이다.
5. 어느 여름, 학교 안에 있는 잔디밭 위에 몸을 누이고 너와 하던 이야기를 생각해. 그때 흐르던 음악을 기억해. 나를 옆으로 돌아보던 너의 모습이 생생해. 2012년,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혹은 누워 이야기를 나누던, 또 한 번의 여름을 견디어 낸 금잔디 씨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