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훈 기자 (yhc0821@skkuw.com)

J에게 ... J가“비교과 활동에서 본인만의 키워드를 찾아 캐릭터화해보세요”
리더십 전형으로 입학한 이후 출신 고교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숱하게 했던 조언이다.
올해 리더십 전형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다. 그는 우수한 봉사실적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상을 휩쓸었다. 논문 작성대회에 제출된 그의 논문에는 치열하게 진로를 탐구했던 흔적이 묻어나있다. 그에게는 ‘지역사회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잊지 않으면서도 진로 가치관을 정립해나간’ 캐릭터가 딱 어울린다.
두 가지가 빠졌다. ‘지역사회 (장애 여중생)에 대한 꾸준한 (성적) 관심’. 검찰의 공소장을 입수해 읽어봤다. 분명 두려움에 떨면서 저항하는 어린 여중생에게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피해자 측과 처벌 불원(不願) 탄원서를 맞바꿀 수 있는 법체계는 상식과 사회정의를 무너뜨렸다. 전국장애인부모연합 대전지부 관계자가 가장 통탄해 하는 부분이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죄의 경중보다 교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곳이다. 담당 판사는 “평소의 착실한 봉사적 행실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전했다.
진정 교화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었다면, 학생의 가능성을 보는 입사제에서 본인의 죄를 어떻게 깊이 뉘우치고 있는지 추천서에 솔직히 써낼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추천서는 그의 치부를 가린 채 ‘인성 바른 학생’으로만 포장하고 있었다. 인성 바른 학생이 성폭행을? 학교는 ‘속았다’.
입사제에 대한 불신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잠입취재 중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서류대필을 장담하는 업체들을 마주해보니 불신감이 이해된다. “진실 여부는 국정원도 FBI도 CSI도 모를 것”이라던 입학처 관계자의 토로. 수 개월간 자소서를 직접 작성했던 입장에서 씁쓸하기만 했다. 학생에 대한 믿음이 최선이지만, ‘블랙리스트’는 이미 학생과 일선 학교를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을 방증한다. 위태로운 우리나라의 법정의, 교육정의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