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서(사과계열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 뉴스 기사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전에는 PC에 접속해있는 시간에만 잠깐 보던 뉴스기사를 이제는 길에서, 지하철에서, 침대 위에서 자유롭게 읽고 댓글도 달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접속하면 뉴스, 연예, 스포츠 등 인터넷 기사가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그런데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딜 가든 사소한 것으로 남을 헐뜯는 사람, 상식을 벗어나는 추한 말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이 안 보이는 인터넷 상에는 이런 행태들이 더 심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7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의 댓글 수준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아이디 뒷부분이 가려지는 익명의 그늘 속에서 사람들은 온갖 비속어와 폭언이 섞인 순간적인 감정들을 자유롭게 배설한다. 특히 기사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면 질 낮은 성적발언이 난무하는 쓰레기장이 되기 십상이다. 제삼자가 보기에도 상처받을 만한 생각 없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에 정의로운 가면을 쓴 추악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으로 판결나면서 앞으로는 포털사이트 내 로그인이나 실명확인절차 없이도 댓글이나 게시물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이다. 특히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는 사안에서 익명성은 필수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사의 성격을 막론하고, 심지어는 안 좋은 일을 당한 당사자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성격의 악의적인 댓글들이 넘쳐나는 지금 인터넷 실명제마저 폐지된다면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지 걱정이 앞선다.
신변에 대한 불안 없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지만, 순간의 감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뱉은 잔인한 말은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폭력이다. 자기의 진짜 모습은 아무도 지켜보지 않을 때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얼굴이 감춰진 인터넷상일수록 현실세계에서 외쳐도 떳떳할만한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