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캠 만남 김영승(철학78) 동문

기자명 김태형 기자 (xogud246@skkuw.com)

▲ 김신애 기자zooly24@skkuw.com

개인의 순수함은
치열한 고민과
절망 끝에
완성된다

“나는 가장 많은 시를 썼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하는 김영승(철학78) 시인은 정작 26년 동안 8권의 시집밖에 내지 않았다. 남에게 나의 생각을 많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그는 외설적이고 직설적인 시어 사용, 퇴고하지 않는 습관으로 시인계의 ‘아웃사이더’라 불린다.
2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같이 살았던 김 동문은 자연히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다. 그는 집과 학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친구들은 많았지만 자존심이 세서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시 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로 자연에 대한 시를 많이 썼어요. 밤비, 적운, 맹꽁이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시로 썼죠.” 한번은 그가 중학생일 때 국어선생님이 시 쓰기 숙제를 내 준 적이 있었다. 중학생 치고 너무 잘 쓴 그의 시를 보고 선생님은 왜 시집에 있는 시를 베꼈느냐며 혼냈다. 자신이 평소에 시를 쓴다는 사실조차 감출 만큼 그는 자신만의 영역이 뚜렷했다.
김 동문의 대표 시집 ‘반성’에 수록된 시들은 모두 반성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다. 그는 ‘반성’ 시리즈만 1302편을 썼고 이 중 87개를 추려내 시집을 만들었다. 시집은 부조리와 억압이 만연했던 80년대 개인의 특수한 영역이 축소되고 말살돼가는 사례를 담고 있다. 그는 시에서 당시의 대세에 따르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개인의 모습을 ‘그들에게 잘 보여야 살 수 있다’는 구문으로 비판한다. 벌써 30년 전의 이야기지만 오늘 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펙, 가정환경, 직업을 빼면 더 이상 개인은 없어요.” 컴퓨터가 손 안에 들어오고 SNS로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상태를 공유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영역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987년에 발간된 ‘반성’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외설 경고 조치를 받은 시집이다. 신인 작가에게는 이례적일 정도로 문단(文壇)의 극찬이 이어졌지만, 대통령의 눈앞에서 ‘불경’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국가의 눈총에 시달려야했다. “나보다 야한 시를 쓰는 사람은 훨씬 많아요. 나는 그저 나의 일상을 꾸미지 않을 뿐이에요.” 사랑, 존중, 배려 같은 관념의 언어로 이루어진 글은 시가 아닌 훈계라고 말하는 그는 직관의 언어를 사용한다. 수능 언어영역에서 시를 분석할 때의 자세로 그의 시를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마치 일기와 같은 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창조적 오독을 유발한다. 1000명이 읽으면 1000명 다 다른 생각을 하길 원한다는 그는 독자들이 경직된 생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평론가들과 출제자들이 만들어낸 생각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죠.”
그는 대학생들이 나름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물질적인 풍요를 이뤄도 정신적인 풍요를 얻지 못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 시를 쓰지 않는다. 대신 시 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개성을 확립한다. 성공이라는 가치를 위해 스펙 쌓기 경쟁을 하는 사회에서 생각 쌓기를 중요히 여기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힘들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만의 방'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