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 돋보기- 중앙동아리 ‘탈’

기자명 조영훈 기자 (yhc0821@skkuw.com)

▲ 탈 제공
탈춤이 좋아서, 탈춤을 연구하고 무대에서 ‘우리의 흥겨움’을 선사하는 동아리가 있다.
중앙동아리 ‘탈’은 1979년부터 우리 학교의 전통문화 동아리의 숨결을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동아리다.
탈춤이 과거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내 왔다면, 현대 탈춤은 우리의 것을 향유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존재 의의를 가진다. ‘탈’ 역시 마찬가지다. 자과캠 탈 회장 김상준(기계11) 학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해 온 콘텐츠를 내 몸으로 직접 배워 전할 수 있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탈은 매년 여름방학 ‘전수’활동을 진행한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에 4명뿐인 강령탈춤(중요무형문화재 34호) 인간문화재에게 10박 11일 동안 춤사위를 전수받았다. 이번 가을 공연에 이를 갈고 닦아 선보일 예정이다. 교내 공연 외에도 ‘전국 대학생 마당놀이대회’에 대학 연합 팀으로 참가하는 등 외부 교류활동도 꾸준히 진행됐다. 이렇게 자과캠 동아리방은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친다.
반면 인사캠 동아리방은 지난 7월부터 텅 빈 상태다. 중앙동아리 유지 기준인 15명을 채우지 못해 올해 동아리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동아리 명맥을 이을 신입생이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자과캠 회원들은 발 벗고 나서 신입생 모집 부스를 차렸다. 중년을 바라보는 선배들도 위기감에 매주 1차례 인사캠을 방문해 △매화타령 △봉산탈춤 △진도아리랑 등의 탈춤 강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탈 홈페이지의 ‘방뺌식(式)’ 사진만이 안타까운 결과를 말해준다. 수십 년의 역사가 서린 곳에서 마지막으로 장구를 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먹먹한 마음, 동아리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렇게 전통문화 동아리들은 대학가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문화평론가 권경우 씨는 이를 두고 “대학이 새로운 경험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실질적, 기능적 지식을 습득하는 곳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대학사회의 동아리 활동은 자기계발과 스펙쌓기 수단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한때 1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사회풍자기능을 수행한 고려대 탈춤 동아리 ‘탈 사랑 우리’도 연세대의 ‘전통무예 십팔기 연구회’도 전통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그는 “전통문화 동아리의 활로는 유행에 민감한 대중들에게 이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득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귀띔했다. 전통이니까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현대인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함께하며 즐기는 요소가 부족한 요즘 사회에서 탈춤만큼 어우러지기 쉬운 문화는 없다”고 말한다. 처음엔 쑥스럽지만 우스꽝스러운 탈을 쓰고 어깨를 흔들다 보면 누구와도 금방 친밀해질 수 있다. 탈춤은 비단 탈 구성원에게만 의미있는 소재는 아닐 터다. 탈춤 공연을 관람하다가 덩달아 신명을 느끼는 사람들 모두 우리 탈춤의 멋을 엿보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클럽에 가서 신나게 몸을 흔들듯이, 탈춤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탈 방의 문을 두드려도 좋고, 탈춤을 관람해도 좋다. 한번쯤 바쁜 일상을 벗어던지고 한바탕 놀다 보면 한결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