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루브르박물관전> 스케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람들에게 신화란 무얼 의미할까. 아마 가장 원초적이며 당신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이야기일 것이다. <2012 루브르박물관전>에는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약 110점에 달하는 그림과 유물들이 놓여있었고, 작가들이 작품 안에 신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묻어있었다.

전시관은 총 5개의 주제가 큰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는 ‘혼돈의 시대와 올림포스의 탄생’이다. 처음 들어간 공간은 어두컴컴했지만, 작품들은 빛났다. 가이아의 아들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제우스가 군림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를 없애고 더 나은 존재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일.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역사의 변천과 다르지 않다.

올림포스의 신들도 결국 인간이 만든 상상이다. 그래서인지 통로를 따라 전시된 신들은 인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인 ‘올림포스의 신들’에서 아르테미스는 사냥 하고 있었고 포세이돈은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며,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말을 다른 신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형상은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듯하다. 그런데 그들의 형태는 실제 인간보다 더 생생했다. 그 중 청동으로 만든 작품 <아르테미스와 사슴>이 인상 깊었다. 다루기 어려운 청동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천의 물결은 올올히 살아 있었다. 그녀의 왼쪽 손에는 홈이 있다. 본래 화살이 끼워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없어 졌다고 하니 세월의 풍파가 느껴진다.

<아르테미스와 암사슴> 작자미상 / 2012 루브르 박물관전 제공

세 번째 주제는 ‘신들 간의 사랑, 변신, 그리고 납치’이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움직일 때가 많다. 이 사실을 부인할 사람이 있을까. 자기 아내를 납치한 네소스에게 달려가는 <분노한 헤라클레스>, 인간인 프시케를 사랑한 에로스를 표현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 최초의 연애소설을 애절하게 그린 <다프니스와 클로에> 등 남녀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이야기들이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는 기품을 발한다. 여인의 젖가슴을 표현하기에 ‘문란’이란 단어보다는 ‘고결’이란 언어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걸 증명한다. 그 중 압권이라 생각하는 작품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이다. 이 그림은 조각상 갈라테이아가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여인의 얼굴은 홍조를 띠고 있지만 다리는 조각상의 차가운 느낌을 나타낸다. 피그말리온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두 남녀 사이에 에로스가 중매를 서고 있다. 문란한 주위 여인들에게 질린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의 순결함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그는 급기야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을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빈다. 도슨트의 말대로 “성공한 오타쿠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평생 인연이 되는 여인을 만날 수 있다면 조각 한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안 루이 지로데 드 루시 트리오종 / 2012 루브르 박물관전 제공

네 번째 주제는 ‘고대 신화 속의 영웅들 – 트로이 전쟁의 일화’이다. 10년이나 걸린 이 전쟁의 시작의 원인은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서’라는 하찮은 이유이다. 바다요정의 결혼식에서 환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이 던지고 간 사과.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림 <파리스의 심판>은 사과를 둘러싼 여신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동시에 전쟁의 원인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되는 고대 – 신화의 테마’라는 주제로 끝맺는다. 용을 벌하는 내용인 마지막 작품에서 작가의 망설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슨트의 말이 재미있었다. 그 재미는 독자들이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관람객 이광희 씨는 “그리스 신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작품과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라고 말하며 전시관을 나섰다.

전시관에 걸린 작품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신들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이다. 그들은 인간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간다. 승진하고 싶은 욕망, 아름다워지려는 노력 그리고 행복하고 싶은 본성. 인간의 모든 것은 신화 속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화는 아마 실제 우리 삶 속에서 다시금 일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