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여 권 모은 기적의 책꽂이 …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 독려해

기자명 김원식 기자 (wonsik0525@skkuw.com)

ⓒ기적의 책꽂이
작은 손길이 모여 10만 권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본지 제1508호에 실린 기적의 책꽂이는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운동은 시즌 3까지 이어졌으며, 10만 권의 도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보내졌다. 책꽂이는 아직 가득 차지 않았다. 오늘도 기적의 책꽂이 관계자들은 10월 시작될 시즌 4를 위해 불철주야 준비하고 있다.

성공적이었던 1년

남는 책을 모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기적의 책꽂이 운동은 △시즌 1(2011년 6월~9월) △시즌 2(2011년 10월~2012년 2월)에 이어 △시즌 3(2012년 5월~6월)까지 진행됐고 현재 시즌 4가 준비 중이다. 기적의 책꽂이 운동은 성공적이었다. 시즌 1의 경우 처음 예상한 2천 권을 초과해 3만여 권이 넘는 책을 기증받았으며, 시즌 2의 경우 약 5만 5천 권을 받았다. 시즌 3까지 모인 책 10만여 권은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 인연공부방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 △다문화 센터 △지역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 보내졌다. 포이동 인연공부방 박지훈 자원봉사자는 “포이동의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자주 집을 비우시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부방이 만들어지고 책을 기부받은 후엔 아이들이 공부방에 와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책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별칭에 맞게 모인 책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군인들에게는 학습 교재를 △해외의 한류 팬들에게는 과월호 잡지를 △정신 요양원에는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을 보내니 책을 받는 당사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즌이 거듭할수록 운영 방식은 변해갔다. 기적의 책꽂이 측에서 책 정거장에 책을 모은 후 임의로 골라 보낸 기존 방식과는 달리 시즌 2부터는 기증받기를 원하는 곳에서 직접 책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적의 책꽂이 운동을 시작한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시즌 1 때는 우리가 책을 선정해 보냈지만 필요한 곳에 필요한 책이 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시즌 2부터는 책 정거장에 와서 직접 필요한 책을 골라갈 수 있게 하니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적의 책꽂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진행됐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 김태자 자원봉사자는 “책을 돌려보며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아 참여를 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영어 서적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미국에서 책을 모아 한국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서적은 다문화 가정, 다문화 학교 등에 비치됐다. 또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대학생을 통해 책을 해외의 한인 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또 시즌 3부터는 책뿐만이 아니라 필기도구도 기증받아 복지시설, 어린이 도서관 등 필요한 곳에 전달했다.

 

참여 유인으로 기부 이끌어내

ⓒ기적의 책꽂이

기적의 책꽂이 운동은 기존의 봉사활동과는 달리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에도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주도로 책을 돌려보는 비슷한 활동이 있었지만, 이는 기증자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오랜 시간 계속되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시즌 3까지 진행된 기적의 책꽂이는 자원 봉사자들과 기증자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증할 수 있는 물품은 단순히 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예술인의 경우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뮤지컬,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을 기부하기도 한다. 기적의 책꽂이는 책을 기부한 사람에게 공연 관람의 기회를 줌으로써 책 기증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기부의 유인을 확보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방법으로 평가받았다. 고재열 기자는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은 ‘자원봉사에 대한 기부’의 측면”이라며 “책 기증에 대한 보상으로 이를 제공함으로써 기증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모두를 위한 책장,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북 콘서트가 열렸다. 책 3권이 참가비용인 이 콘서트에는 시사IN 주진우 기자, 탁현민 교수 등의 유명인사와 여행스케치, 카피머신 등의 밴드가 참여해 참여자들과 함께 기적의 책꽂이 활동에 대한 소감과 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되는 기적의 책꽂이

ⓒ기적의 책꽂이

기적의 책꽂이는 오는 10월 시작될 시즌 4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서울시가 기적의 책꽂이에 장소를 제공한다. 서승용 기적의 책꽂이 대표는 “고정된 장소가 있으니 앞으로는 기적의 책꽂이 운동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시즌 4부터는 책의 종류를 세분화해 다양한 책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기적의 책꽂이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자신이 기증한 책이 어디로 보내졌 는지, 총 몇 권의 책이 기증됐는지 등을 컴퓨터로 확인이 가능한 ‘사이버 기적의 책꽂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택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개선해 더 많은 책을 필요한 곳에 보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기적의 책꽂이 관계자들은 이 활동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을 꿈꾼다. 고재열 기자는 “기적의 책꽂이의 다른 이름은 ‘모두를 위한 책장’”이라며 “모두를 위해 책장을 열어놨을 때 책은 훨씬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며 앞으로의 기대를 드러냈다. 김태자 자원봉사자는 “아직 큰 파급력은 없지만 모든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고 말했다.

◇책 정거장=책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기 전까지 책꽂이에 보관하는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