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김신애 기자 zooly24@skkuw.com
인터뷰가 있던 주의 토요일. SJM 안산 반월공단에서 ‘시민난장콘서트’가 열렸다. 얼마 전 사설 용역 업체 ‘컨택터스’의 폭력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SJM은 한 해 1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건실한 자동차 부품회사였다. 그러나 초저녁에 찾은 안산 공단은 골목마다 자리 잡은 전경버스와 싸늘한 저녁 안개가 자아내는 냉랭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회사 측의 직장폐쇄 조치 이후 공장문은 굳게 닫힌 지 오래였고 한때 그곳으로 날마다 출근을 했을 수십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만이 공장 문 앞에 어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임시로 차려진 무대 위에서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는 작은 난장, 그 안에 이동수 화백이있었다. 그는 무대에서 약간 떨어진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조명도, 의자도, 책상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머리에 두른 작은 랜턴에 의지해 빚은 작품들이다. 최대한 본 행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한다는 그의 철칙에 맞게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외치고, 민중가요를 따라 부를 때 따로 남은 아이들만이 그의 손님이 됐다.
“오늘 보니까 아이들이 많이 왔어요.” 그의 수첩에 10명에서 15명가량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 SJM 해고 노동자의 자녀다. 아빠 손을 잡고 농성장에 나온 아이들은 저마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림을 받으러 실랑이를 벌였다. 자신의 캐리커처를 받아들고 수줍게 웃는 아이들에게 화가는 연신 “실물이 더 예쁘다”고 말해줬다. 그의 여느 캐리커처들처럼 맑은 눈에 환한 표정을 한 그림 속 아이들 옆에는 “항상 지금처럼 밝게”, “웃음 잃지 않기” 등의 메시지가 새겨졌다.
돌아오는 길, 여름의 끝자락에 이미 까맣게 내려앉은 안산의 밤은 길게 늘어진 가로수까지도 을씨년스러워 보이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보며, 이토록 음산한 분위기의 안산에서 그려내는 화백의 로망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