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화백 인터뷰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용산 참사현장부터 △재능학습지 농성장 △콜트콜텍 수요 문화제 △쌍용자동차 해고자 치유 센터 와락 △한진중공업 희망버스까지 모든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시사만화가 이동수 화백이다. 만평기자로 시작해 지금은 노동 투쟁 현장을 돌아다니며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그를 8월의 마지막 주, 혜화동 학림다방에서 만났다.

그는 천생 만화가였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는 고백으로 시작된 그와 만화와의 인연은 우연히 지원한 학보사 만평기자 공모에 당선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제가 짧은 글을 좋아하거든요.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하는 시사만화가 저한테는 최고의 자기표현 수단이었죠.” 30년 간 시사만화를 그리던 그가 현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건 2009년 용산참사를 접하면서부터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로 되돌아가 버린 듯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미룰게 아니라 저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그는 현장 크로키(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빠르게 그린 그림)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륭전자 노조의 마지막 문화제에서 보게 된 김소연 지회장의 밝은 표정이그의 캐리커처에 전환점이 됐다. “1800일의 파업 끝에 협상을 타결했는데, 표정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후 그는 매일 언론에 노출되는 거칠고, 폭력적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다운 밝고 희망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동수 화백의 ‘레알 로망 캐리커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캐리커처는 “진짜 로망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을 담아 ‘레알’ 즉 현장에서 그리되, ‘로망’을 담아 밝고 환한 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그가 캐리커처를 그려 줄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 그림은 자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선물이라는것. “농성장에 와서 도움만 주고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얻어가는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신의 이러한 활동들을 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업데이트한다. “모든 현장에 이동수가 있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그가 열성적으로 SNS 활동을 하는 이유는, 사건을 알리는 일이 현장을 찾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JM 파업은 폭력 사태로 한때 떠들썩하다가 그 후로 후속보도가 거의 없었어요. 재능노조 파업도 꽤 오래된 문제인데 최근에야 거론되고 있고. 콜트콜텍 노동자 파업 땐 이미 목숨 걸고 고압선에 올라간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언론에선 다뤄주지 않으니까요.” 그가 비교적 언론에 덜 알려진 곳을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의 경우,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절망감이 있어요. 삶이 뿌리째 뽑혀 나갔는데 사회는 물론이고 언론조차 신경을 안 쓰잖아요.”
최근 그는 SJM 파업 현장에 다녀왔다. 합법적인 집회였지만 경찰은 물러나지 않고 최루액을 뿌려댔다. “현장에서는 신문기사로 보는 것과 달리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는 얼마 전 다녀온 JW 문화제를 예로 들었다. “비를 맞으며 함께 행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조가 멈추더라고요. 사측에서 불법 채증(증거수집)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노조는 사측에 사진의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아무 대응이 없었고 화가 난 노조는 사측이 쳐 놓은 펜스를 부수고 본관으로 들어갔다. 곧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정해진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연행하겠다는 방송이 경찰차에서 흘러나왔다. “원인 제공을 한 것에 대한 조치를 취하려는게 아니고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거죠.” 그는 학생들에게 사실 확인 차원에서라도 현장에 한 번 와 볼 것을 권유한다. 최근 이슈가 된 SJM 용역의 불법 폭력사태 역시 이전부터 곳곳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재능농성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데도 폭력이 난무했고,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데 불법 채증을 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경찰들이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요. 노동관계법은 노사 관계에서 노동자들의 불리함을 보완하려는 것인데 잘 지켜지지 않고요.”
유성기업, 재능 교사 노조, 콜트콜텍 파업이 2천 일을 넘겼다. 코오롱은 올해로 농성한지 8년째를 맞는다. 다소 절망적일 수 있는 현실 속에서도 그가 현장으로 나서는 까닭은 예상외로 자신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게 좋잖아요.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그 순간의 행복을 누구나 알듯이.” 넉넉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그는 그림을 그리는 생활이 즐겁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면서, 그 재능을 좋은 데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게 그의 ‘레알’은 ‘로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