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사회학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본교는 경쟁대학인 서울대나 연고대를 넘어서 학부교육 선진화사업(ACE)에 선정된 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최우수 평가를 받아 글자 그대로 “ACE of ACE"로 우뚝 서고 있다. 대규모 종합대학 중 학부 교육을 가장 잘하는 학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학부대학은 학부제로 입학하는 2천8백여 명의 신입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전공을 배정받기까지의 학사관리와 매년 2천 강좌에 이르는 교양기초교육을 관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학부대학장의 입장에서 이러한 본교의 위상은 매우 자랑스럽다.

그러나 진짜 “ACE of ACE"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표절 안하기’이다. 중요 공직 후보들도 이전에 쓴 논문들이 표절로 밝혀져서 낙마하거나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 학계의 연구윤리 불감증에 대한 경종이 울린지도 이미 여러 해가 지났다. 하지만 이런 표절 문제에 우리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대학에 만연해 있는 과제물 표절 관행은 그야말로 대학 캠퍼스 문화의 오랜 병폐현상이다. 학생들이 리포트 같은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복사해서 뜯어붙이기를 밥 먹듯이 하거나 친구의 과제를 베껴서 낸다면 교육과 학습의 질은 엉망이 된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정보를 마치 자기 자신의 아이디어인양 그대로 베껴내는 과제물은 학생을 망치는 근본이다. 표절은 과제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할 여지를 주지 않으며, 학문적 진전이나 창의성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이는 또한 학생 자신의 기본 양심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표절’(plagiarism)은 원래 ‘아이들을 유괴하는 해적들’ 혹은 ‘노예 도둑’을 뜻하는 라틴어 ‘plagiarius’에서 유래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표절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치는 행위’라고 정의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남의 물건이나 재화를 훔치는 것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듯이, 대학생활에서 남의 정신적 결과물을 훔치는 표절은 비난받아 마땅한 비윤리적 행위이다. 한편 의도성이 없을 지라도 타인의 글을 부주의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의도 없이도 인용표기를 하지 않거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남의 글의 일부분을 변형, 수정하여 자신의 글인 것처럼 제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들도 엄밀하게 말하면 모두 표절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한 일부 대학에서 연구 및 학습 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본교에서는 작년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표절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입학식에서 표절금지 서약을 하고 각자 서약서를 내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저지른 몇 학생에게는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표절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표절 여부를 교수들이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을 도입해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과제물 제대로 쓰기에 도움을 주기위해 학술정보관 내에 글쓰기클리닉(Clinic)을 열었다.
 
학생들이 ‘표절 안하기’에 공감하고 실천한다면, 앞으로 몇 년 내로 성균관대학교가 “표절 없는 대학”이 되어 “진짜 실력있는 ACE of ACE" 대학으로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