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록(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초중등학교 방학보다 긴 대학교 여름방학이 끝났다. 우리 학생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빛나는 청춘’의 한 토막을 보냈을까.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하거나,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등록금 알바’를 하고, 농어촌에서 봉사활동을 한 친구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조금 팔자 좋거나 의욕이 넘치는 친구는 ‘지구 밖으로 행군하고자’ 유럽 등으로 짧지 않은 배낭여행을 떠났을 것이고, 국제서머스쿨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과 학구열에 불탄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며, 글로벌 마인드가 충만한 친구들은 지구촌 대학생들을 손짓하여 ‘Everything on Korea'를 주제로 규모가 제법 큰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어느 동아리는 8월 6일 11개국 150명을 초청하여 3박 4일간 ‘한류’의 원조나라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려 애썼다).

한편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 땅 독도를 전격 방문한 그날 그 시간, 일단의 남녀학생 100여명은 일본 와세대대, 중국 북경대학생 60여명과 함께 한라산 백록담을 올라 동북아시아 3국의 평화와 우의를 다졌다. 이름하며 ‘2012 한․중․일 글로벌 평화대장정’(PANASIA:Peace Ambassador Network Asia). 국내 대학 최초로 기획한 이벤트로써 매스컴의 각광도 받기도 했다. 이들은 8일 제주공항에서 만나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 올레길을 중심으로 330여km를 걸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하루 30여km 도보행진이 이 땡볕에 어찌 쉬운 일이었으랴. 하지만 누구 한 명 포기하지 않고, 틈만 나면 끊임없이 미래를 화두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젊음이 재산일 것이기에 9박 10일 동안 함께 어울리며 어느새 ‘국제커플’이 탄생했다는 뒷소식도 들렸다. 그들은 이제 국경을 초월하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정신없이 사랑을 나눌 것이다.

참가 대학생 모두 ‘아시아 평화대사’를 자청하며 17일 열린 국제포럼에서 3국의 지정학적 이해를 공유하고 ‘아시아 평화’를 대주제로 하여 분과별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지하게 벌였다. 1930년 하얼삔에서 한일늑약의 부당성을 외치며 이등박문을 저격하고 31세의 나이로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저술하다 미완에 그친 <동양평화론>이 떠오른 것은 오바일까. 안 의사가 설립을 주창한 ‘동양평화회의’가 꼭 불가능하기만 할까. 3국 인민이 회원이 되어 회비 1원씩을 내어 공동은행과 공용화페 그리고 공동 군대를 편성해 세계에 공표하면 지구촌 인민의 신용을 얻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안 의사의 구상이 그저 순진하기만 할 것인가.

그들은 8월 11일 꼭두새벽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 한․일전을 함께 응원하며 승패가 엇갈린 경기 후 각각 나라별 애환을 표현하는 어색한 경험을 하기도 했으며, 8월 15일 한국의 광복절에 대한 의미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민족과 성별이 달라도 젊음의 우정을 볼 수 있었다. 젊음만한 아름다운 자산이 어디 있을까. 그들의 싱싱한 어깨와 활짝 트인 가슴에 민족과 인종과 성(性)의 다름이 하등 무슨 장벽이 될 것인가. 몸으로 부대끼고 마음을 같이 한 열흘, 그들은 비로소 조국을 품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과 글로벌화한 마인드를 갖지 않았을까. 이제 그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양 3국의 평화 수립과 기원이라는 키워드를 되뇌지 않을까. 독도(獨島)나 댜오위다오(釣魚島)분쟁 등으로 3국의 국익 충돌과 외교 갈등이 증폭될지라도, 미래를 짊어질 젊은 지성인들의 상대국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곧 캠퍼스에서 반갑게 만나 지난 여름 무엇을 했는가 설왕설래할 것이다. 역시 캠퍼스는 그들의 재재거림으로 풍요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밝은 웃음 속에 글로벌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