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 김지은 기자 kimji@skkuw.com
14일 금요일 오후 7시경, 혜화역 주변은 어둠이 찾아왔지만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저마다 갈 길이 다른 사람들 사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연극의 성지 대학로, 불법 호객 행위로부터 지켜냅시다’라고 써진 현수막 앞에서 그들은 태연히 호객을 하고 있었다. “예매하셨어요? 좋은 연극 있어요.” 끈질기게 붙잡는 알바생 때문에 행인들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거나 이따금 “예매했어요”라고 대꾸하며 자리를 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세 명이 단속을 나오자 알바생들은 그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짧게 주고받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흩어졌다. 그러고는 경찰관들이 이미 지나가고 없는 거리에 어느새 다시 나타났다. 경찰관의 단속을 익숙하게 따돌린 그들은 사진이 찍히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몰래 사진을 찍는 기자를 금세 알아보고는 “방금 우리 일행들 사진 찍은 거냐? 당장 지워라”며 사진을 지우게 했다. 그러고는 이내 다시 호객을 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대학로를 누비는 사람들을 향한 그들의 손짓은 밤이 깊어도 멈출 줄 몰랐다.

대명거리까지 영역 넓혀가
대학로에 있는 146개의 공연장 중 호객 행위를 하는 곳은 8곳이다. 그 중 4개의 공연장이 같은 극장인 것을 고려하면 호객을 하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대학로 소극장 중 호객 행위를 통해 홍보하는 곳은 매우 소수임에도 몇몇 극단들로 인해 대학로 연극계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호객을 하는 극장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고용하는 알바생의 숫자는 점점 늘어갔다. 알바생의 숫자가 증가하는 만큼 그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마로니에 공원과 혜화역 2번 출구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호객 행위는 현재 혜화역 4번 출구와 대명거리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문제 많은 호객 행위
호객 행위는 행인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준다. 팔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든가 어깨 동무와 같은 신체 접촉을 하기도 한다. 김아영(사학11) 학우는 “호객 행위를 무시하자 알바생이 욕설을 하며 팸플릿으로 팔을 때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이뤄지는 호객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 이외에도 관객들과 대학로 연극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은 관객들은 알바생의 허위·과장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알바생들이 허위광고를 하는 이유는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판매 경쟁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 오른 구인 공고에 따르면 알바생들은 시급7000원과 별도의 성과급을 받고 있다. 연극 티켓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사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호객 행위로 티켓을 산 권정임(가명)씨에게 구매 이유를 묻자 “이 연극이 예매 순위 베스트5 안에 든다고 해서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예매 순위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동기들과 놀던 중 호객 행위로 연극을 보게 됐다는 신새보미(인과계열12) 학우는 “앞자리라고 해서 티켓을 구매했더니 뒤에서 두 번째 줄이었다”며 황당해했다.
대학로 연극계는 호객 행위를 ‘대학로의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에게 연극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고 문화예술의 공간이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두레홀 손남옥 대표는 호객 행위를 “문화의 거리를 말살시키는 행위”로 표현했다. 불법 호객을 하는 극단들이 올리는 연극의 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신 학우는 “호객 행위로 우연히 연극을 보게 됐는데 내용이 부실하고 어이가 없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터넷 블로그에도 ‘구성도 이상하고 너무 허무하다’ ‘별로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등 불만 섞인 후기들이 가득하다.
명실상부 공연·예술의 성지라 불리는 대학로는 불법 호객 행위로 멍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대학로가 앞으로 공연·예술의 메카로서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