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세기 세계의 학교교육의 동향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에 바탕을 둔 경쟁력 제고 및 학업성적 지상주의로부터 점차 학생의 웰빙(well-being)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학교교육은 무엇보다 학생의 행복을 증진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과 학업성취가 학생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등학교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루고 있으며, PISA나 TIMMS 등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보듯이 수학이나 과학의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높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 공부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며, 나아가 학생들이학교생활에 만족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과도한 줄 세우기 입시경쟁으로 인해 사교육이 팽배하고 있고, 해마다 성적을 비관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학생들이 많으며, 최근에는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 이에 대한 여러 대책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 평균 209명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한 해 동안 학업을 그만둔 초·중·고교생의 숫자는 7만6489명이다. 고등학생의 경우2008년부터 학업중단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 2011년에는 3만8787명이 학교를 떠났다. 하루 평균 106명꼴이다.
 
획일화된 제도교육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병폐와 이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 부족에 싫증을 느낀 학생들이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발벗고 나섰다. 이른바 ‘희망의 우리학교’다. 이 학교는교육 현실에 싫증을 느껴 자퇴한 학생들 자신들이 만들어나가는 교육을 받기 위
해 만든 대안학교이다. 이 학교는 지난 2월 29일 고등학교를 자퇴한 최훈민 군의경쟁 입시교육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계기가 되어, 최 군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약 스무 명의 자퇴생들이 동참하게 되면서 8월에 설립된 학교이다.
 
‘희망의 우리학교’는 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하고,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주체적으로 배우는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배움터이다. 배워야 할 교육내용은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이 아닌 학생의 자발적 토론을 통해 결정되며, 교사가 별도로 존재하기보다는 학생, 멘토, 세상이 곧 교사라는 입장을 취한다. 학교 입학 기준에 나이나 학력 제한이 없으며, 성적도 없다. 이렇듯 ‘희망의 우리학교’는 몇 가지 면에서 다소 파격적인 대안학교이다. 특정 교육이념을 가진 교육자보다는 학생이 주체가 되어 만든 학교라는 점, 교육내용도 주어져 있기보다는 학생들의 토론에 의해 만들어 간다는 점, 교과를 가르치는 교육받은 교사가 별도로 존재하기보다는 학생 자신이 교사라는 점이다. 이 학교는 확실히 오늘날 대부분 학생들이 교육받고 있는 제도적 학교와는 판이하다. 심지어 세계에서 학생들이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로 알려져 있는 니일(A. S. Neill)이나 1921년에 세운 영국의 섬머힐(Summerhill) 학교보다도 더 독특하다. 섬머힐 학교는 니일이 자신의 교육이념, 즉 아동이 자유와 행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 설립한 학교이지만, ‘희망의 우리학교’는 학생 스스로가 자
신들이 바라는 교육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세운 학교인 것이다.
 
‘희망의 우리학교’를 포함하여 대안학교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학교가 다양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학교가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크쇼트(M. Oakeshott)에 의하면, 학교는 본래 지적·상상적·도덕적·정서적 유
산에 학생을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입문시킴으로써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상속받는 곳이다. 교사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학생과의 인격적 접촉을 통해서 함께 문명된 삶과 인간다운 삶의 전통을 유지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는 이러한 학교의 본래적 의미가 퇴색하여 문명된 삶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대신에 메마르고 표피적인 인간을 양성하고 있으며, 교사는 학생의 성장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파편화된 지식 및 정보의습득과 전달에 치우쳐 있다.
 
‘희망의 우리학교’는 이러한 학교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이 학교가 단순히 파격성 때문에 한 동안만 주목을 받는 학교에 그치게 될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행복한 학교로 우뚝 자리매김을 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아마 재정적 문제를 포함하여 섬머힐 학교가 겪었던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머힐 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이 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학업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나아가 외재적 목적 때문에 왜곡된 학교를 비추는 반면 거울이 되어 학교가 본래 목적을 회복하도록 각성시켰으면 한다. 학교는 지적,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측면 등 전체가 조화롭게 발달된 인간을 기르고,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