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사회부가 갖는 치명적인 매력 중 하나다. 치명적인 매력은 너무 많으니 오늘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현장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직접 나가보면 말이 공격적인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이번 취재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기사의 주제가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불법 호객 행위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과 호객하는 극단의 관계자를 인터뷰하거나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극단 관계자에게 왜 호객 행위를 시작하고 있느냐고 묻자 “대답할 이유가 없다. 나가라”며 매몰찬 대답이 돌아왔다. 알바생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자 왜 그런 걸 묻느냐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아무 말이나 하는 취재원은 기자로서 사기를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하는 취재원’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취재원’이 날 더 힘들게 한다.

호객 행위 피해자들의 생생한 진술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호객당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대부분은 신문에 실리는 거냐고 물으며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가버렸다. 이렇게 되면 기사에 실릴 내용이 없어질까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이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취재원’보다 나를 더욱더 힘들게 한 것은 ‘말해놓고 쓰지 말아 달라는 취재원’이었다. 몇몇 사람은 실컷 말해주고는 “괜히 이런 거 인터뷰해서 내 이름 실리는 거 별로다”며 “좋은 거 말하는 기사도 아닌데”라고 말하며 신문에 싣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럴 거면 말이라도 말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취재원이다.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현장 그 자체다. 현장은 나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나는 현장 스케치 기사를 쓰는 것이 재밌다. 현장만이 가지고 있는 생생함을 기사로 옮기는 작업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현장 스케치 기사를 쓰기 위해 현장을 다닐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부디 마주하게 될 것들을 견딜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