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제대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될 전망이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물론 저출산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현상이며 일본에서는 이미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한편 UN은 2025년에 즈음하여 지구상의 많은 나라에서 인구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듣는 이에게 저출산·고령화는 활력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나 사실 우리 인류가 태어난 이래 처음 경험하는 축복받을 현상이다. 저출산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고령화는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생산인구감소에 대응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 즉 생산가능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여성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9.7%로 남성의 73.1%에 크게 미달하며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특히 대졸이상 남성은 89.3%이나 여성은 63.3%에 불과하여 남성과의 상대적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져 OECD회원국과 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2000년대에 들어와 의사, 법조인, 공무원, 공공기관 등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는 여성고용의 질이 뚜렷이 개선되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크게 증가하였으며 2009년부터 남성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여성의 교육여건이 선진화되었으나 고용지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이다.

지난 6월 출간된 OECD 양성평등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의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기 위한 정부정책은 그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직장에 대한 무리한 양적 헌신을 요구하는 노동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하는 많은 나라들의 경험을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출산, 양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정책은 분명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남성중심사회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언론이나 주변에서 접하는 여성을 폄하하거나 차별하는 발언이나 표현은 오랜 기간 형성된 남성중심사회의 산물이다. 한편 깊이 생각해 보자면 여성을 약자로 보는 시각은 정치·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어느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여성직원으로부터 그녀가 숙직을 면제받았을 때 그 배려가 의도했든 또는 의도하지 않았든 앞으로 조직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불길한 신호로 보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양성평등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할 중대한 도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성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사회를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