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성신여대 학생자치 축소 논란

기자명 김기진 기자 (skkujin@skkuw.com)

 

우리 학교 대성로 게시판이 없어지고 학생회관의 동아리 방과 학생회실이 공간대여제로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매직으로 눌러쓴 대자보와 동아리 방에 눌러앉아 농담을 던지는 선배는 옛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학생 자치를 위축시킬 이 변화들은 서울 내 두 대학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대자보, 카카오톡으로 대신하라"
성공회대에는 '느티'라고 불리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 옆에는 학생들이 종종 앉아 쉬다 가는 쉼터가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그 앞에 있는 게시판에 대자보를 걸어왔다. 2008년에 만들어진 이 게시판은 비와 바람을 맞고 갈수록 흉물스럽게 변해 학교 측은 지난 1학기 이를 철거했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5일 성공회대 이종석 신임총장과 학생들의 수요 채플 시간이었다. 부임 후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었던 이 자리에서 "느티 앞 게시판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한 학생의 요구에 이 신임총장은 "다른 학교도 게시판을 철거하는 추세"라며 "대자보 대신 카카오톡으로 정보 공유를 하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성공회대 정호영 씨는 "인권과 평화라는 우리 학교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대학을 만들려면 소통이 필요하다"며 "대자보가 없어지면 소통 또한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천선우 씨는 "카톡은 일대일 메시지 기능이기 때문에 다수를 상대로 의견을 밝히는 대자보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주로 대자보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학생과 학회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반박했다. 진보신당성공회대학생위원회(준)와 사회과학학회 '해방'은 지난 19일 정오 느티 앞 게시판이 있던 자리에서 대자보 게시판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판자와 각목을 직접 이어 붙여 게시판을 만들고 준비한 대자보를 걸었다. 학생들의 의견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고, 총장의 발언을 풍자한 내용의 대자보였다. 이를 기획한 진보신당성공회대위원회(준)의 이장원 씨는 "정식 게시판을 설치할 때까지 임시 대자보 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불거진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동아리·학생회 활동 하려면
공간 대여 신청해야

성신여대는 이르면 다음 달 학생회관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지난 1학기 실시한 학생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학생회관의 스터디룸 및 편의시설 미비'가 뽑힌 것을 반영했다. 학교는 리모델링을 통해 스터디룸과 휴게실 및 편의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과방 △단과대 학생회실 △동아리방 △총학생회실 등을 대여제로 운영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동아리연합회는 지난 7월 20일 이 내용을 최초로 통보받았다. 공간을 사용할 때마다 대여 신청을 해야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8월에 공사를 시작하니 방을 모두 빼라는 것이었다. 이에 반발한 동아리연합회는 단과대학학생협의회와 함께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임지수, 이하 공대위)를 만들어 대응했다. 공대위는 방학 중 학교 측과 4번의 면담을 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동아리연합회 김지영 부회장은 "학교는 한 번도 우리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계속되는 선거 파행으로 총학생회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 학생대표인 공대위는 지난 5일 커뮤니티 공지사항을 통해 리모델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대위는 "스터디룸과 세미나실 증설에는 동의하지만, 동아리방과 학생회실을 없애면서까지 늘려야 할 지에는 의문을 가진다"며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동아리 활동과 학생회 활동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는 학생회와 동아리의 자치 활동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커뮤니티 '수정이들의 열린공간'에서도 리모델링은 환영하지만, 동아리방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인 상태"라고 일축했다. 공대위는 설문조사를 통해 학우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