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마니아를 위한 SF 아카이브
행복한 마니아를 위한 SF 아카이브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2.09.24 18:02
  • 호수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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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타지 도서관

SF(Science Fiction)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21세기, 20년 전 어린이들이 도화지에 그리던 환상이 도처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SF장르 문학은 날개 꺾인 채 후퇴만을 거듭해왔다. 국내 SF시장은 이미 꺼질 대로 꺼져 SF팬들이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9년, 자발적으로 힘을 합친 마니아들의 손으로 SF&판타지 도서관이 개관했다. 현재 신촌에 위치해 있으며 ‘SF란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관련 서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빌딩에 도착해, 세 층의 계단을 오르자 SF&판타지 도서관의 문이 나타났다. 철문 안에는 아늑한 아지트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첫발을 딛자 눈앞의 흰 벽이 갖가지 리스트들로 장식돼 있었다. 후원자 리스트였다. SF도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도서관 운영의 부담을 함께 지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마니아를 위한, 마니아에 의한’ 장소였던 것이다. 금전적 후원제도 외에도 도서 기증, 사서 자원봉사 등의 제도를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도서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F도서는 시중에서 확보하기 쉽지 않아, 도서관 측은 기증을 환영한다. 이렇게 모인 책들이 만여 권. 이 책들이 원하는 사람의 손을 찾을 수 있도록 ‘자원봉사제’를 채택했다. 도서관장이 항상 도서관을 관리할 수 없어, 사서 역할을 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김신애 기자 / zooly24@

짧은 복도와 사서의 책상을 지나 열람실에 들어가면 책장들이 늘어선 ‘도서관’의 모습이 보인다. 60%정도는 SF에 관련된 것이었지만 나머지는 기타 장르의 책이었다. 놀라운 것은 보관된 책들의 다양함이다. 한눈에 봐도 오랜 시간을 지나온 정통 SF도서가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마주치기는 쉽지 않은 신간 만화책도 한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SF계열의 외국어 원서도 250권가량, DVD자료도 300개 이상이고, 처음 보는 독특한 이름의 도서들과 함께 『아이로봇』같은 익숙한 책들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다. 작지만 어엿한 도서관이었다. 대형서점에서 원하는 도서를 찾는 데 번번이 실패하곤 하는 슬픈 SF마니아에게 벅찬 행복을 선사하는, 그런 곳이다.
열람실을 벗어나 다른 방들을 둘러봤다. SF&판타지
김신애 기자 / zooly24@
도서관은 책과 읽을 장소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의실과 상영관 행사·대여를 통해 갖가지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크게 세 가지로 △작가와의 만남 △영화 상영회 △SF제작 강좌가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월야환담』등을 발표한 판타지 작가인 홍정훈을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 바 있다. 상영회는 도서관에서 가장 활발히 벌어지는 행사인데, 희귀한 영화를 소개할 뿐 아니라 유명 영화·만화 시리즈를 밤샘 상영하기도 한다. SF제작 강좌는 관련 전문가가 몇 주에 걸쳐 소설 작법 등을 강의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책만 읽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진행하게 된 행사들이다.
김신애 기자 / zooly24@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놀랍게도 우리 학교 동문인 전현식(컴공93) 관장이다. SF에 관심이 많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개인 소장하던 7천 권의 책을 갖고 처음 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 운영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며 번 월급의 반을 투입해야 하는 버거운 취미지만 그는 만족하고 있다. “행복한 인생은 행복한 취미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전 열정 없는 좀비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SF는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계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보는 창”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상의 가능성을 비추는 창 하나, SF&판타지 도서관의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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