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유진 기자 (nipit616@skkuw.com)

 '헬보이'를 아는가? 그는 1944년에 *라스푸틴과 나치 잔당들에 의해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이자 미국의 초현실 연구 방어국에서 일하는 특수요원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괴물을 퇴치하는 영웅이지만, 그 또한 '괴물'이다. 그는 이름처럼 세계를 멸망시키고 지옥도를 그려낼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큰 돌장갑 같은 오른손이 지옥문을 여는 열쇠다. 눈치챘듯이 헬보이는 1993년 미국의 만화가 마이크 미뇰라의 손에 의해 탄생한 가상인물이다. 그가 『헬보이』라는 이름으로 낸 시리즈 코믹스물이 큰 인기를 끌어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다. 만화 『헬보이』는 강렬한 그림체와 흥미미진진한 스토리, 그리고 소재와 주제가 어우러져 나타나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헬보이를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느낀다면 만화보다는 영화로 헬보이를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헬보이』는 영화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에 의해 2차례에 걸쳐 리메이크된 바 있다. 영화 <헬보이>는 전 세계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흥행작이다.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던 길예르모 델 토로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블레이드3>의 연출을 포기하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그만큼 애착을 갖고 만화를 각색했다. 그 결과 탄생한 <헬보이>는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구조를 가지면서도 기존 원작 특유의 칙칙하고 움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 <헬보이> 속의 헬보이는 고독한, 그리고 철들지 않은 소년 같은 히어로다. 1944년 처음 발견되고 50년이 지나 인간의 나이로 30대에 이르렀지만, 기이한 외모 덕에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하며 지낸다. 온통 붉은 피부에 우락부락한 얼굴, 긴 꼬리와 그의 가장 큰 콤플렉스인 양 이마에 돋아난 뿔……. 그 덕분에 초현실 연구 방어국 지하의 골방에서 고양이들을 기르며 갇혀 지낸다. 그가 이런 푸대접을 감수하는 것은 무엇보다 처음 그를 발견한 양아버지 브룸 교수와 그의 특수요원 동료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양아버지인 브룸박사에게 투정을 부리면서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 할리우드 영화의 고독한 히어로다운 순애보를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동료 요원이었던 염능력자 리즈를 사랑한다. 리즈가 잘생긴 FBI요원과 가까이 지내자 방을 부수고 탈출하는 등 질투심에 방황한다. 그러나 결국 평범한 삶을 원하는 리즈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겠노라 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리즈를 인질로 잡은 라스푸틴이 헬보이에게 '파멸의 오른손'으로 지옥문을 열라고 강요해 크게 흔들리지만, 결국 정의감을 발휘해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보다 세상을 구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렇게 영화 <헬보이> 속의 헬보이는 여주인공에 대한 순애보와 정의감, 소중한 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전형적 슈퍼히어로의 면모를 보인다. 흥행영화의 주인공다운 유머감각도 지니고 있다.

영화 <헬보이>도 성공적인 작품이었지만 20년에 걸쳐 꾸준히 연재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원작이다. 영화와 달리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하기에 온갖 신화와 민담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살마들은 원작 만화가 있다는 것조차 잘 알지 못한다. 2008년, 2편의 영화 개봉에 맞춰 국내에 5권까지 정식 출간되었으나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더 이상의 시리즈는 나오고 있지 않다. 이미 정식 발간된 편들도 더이상 재판이 나오지 않는다. 미국 만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헬보이'는 매혹적인 캐릭터다. '그래픽 노블'도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장르로써 많은 팬들을 이끌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많고 많은데 우리는 장르와 시장의 벽에 가로막혀있다. 그래서일까, 영화 <헬보이>와 만화 『헬보이』의 비교는 흥미진진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