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민중의 집』
유럽 이탈리아의 'Casa del Popolo', 영국의 'Peoples Palace', 독일의 'Gewerkschaftshaus'는 모두 같은 말로 해석된다. 바로 '민중의 집'이다. 민중의 집은 100여 년이 넘도록 유럽 지역 사회의 주춧돌로서 역할을 해왔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전역에 자본주의 시장 원리가 확산되면서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민중의 집을 만들었다. 당시 자본주의는 산업 구조뿐 아니라 일반 민중의 삶에까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깊게 침투했다. 경제적 이윤 추구가 우선시되던 때에 노동자들은 부품처럼 취급받았고, 사회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해졌다. 이런 초기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구조에 맞서 공동체적인 삶을 복원하고자, 노동자들은 △교육단체 △노동자 조직 △문화예술단체 등과 결합해 민중의 집을 탄생시켰다.
민중의 집은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모이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자본주의 흐름 안에서 자신들의 생계를 해결하고자 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민중의 집의 기능은 다양화됐다. 일반 민중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문맹 퇴치교육 △스포츠 활동 △직업 훈련 등을 실시하며 이곳을 복합적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민중의 집의 이와 같은 다양한 움직임은 당시 자본주의 흐름에서 소외된 일반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이는 진보적 정치 활동의 뒷받침이 됐다. 자본주의를 고수하기보다 이에 맞서 일반 민중의 권리와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민중의 집을 단순히 진보적 정치사상에 편향된 곳으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우리 학교 정현백(사학) 교수는 민중의 집을 "일반 민중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곳"으로 표현하며 "민중의 집의 목적은 지나친 소비와 경쟁 위주의 삶을 지양하며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공간 넘어
진보정치의 발판으로
이처럼 유럽의 민중의 집은 지금까지도 민중의,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공간으로서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