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권위주의의 발현
2010-09-06 조은혜 편집장
물론 서울에서는 아무리 늦은 밤에 하늘을 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곤 구름에 가린 달뿐. 그럼에도 강원도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본 뒤 별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큰 결심을 했다. 개강을 하면 꼭 별을 보는 동아리에 들어가야겠다고 .
모두들 말렸다. 정말 단 한 명도 빼지 않고 동아리를 들어가겠다는 필자를 말렸다. 그 무엇보다도 필자가 동아리에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보통의 동아리는 신입생 위주로 신입 회원을 받고 그렇다보니 한 살 차이, 한 학번 차이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갑작스레 상하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학번이 들어갈 경우 동아리를 겉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들어가고 싶었던 그 동아리가 실제로 그러한 분위기일지는 절대 단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체념했다.
2. 성대신문사에서 수습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기자들이 수습기자 모집에 열과 성을 다한다. 포스터 붙이고 인터넷에 공지를 올리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우리에게 수습기자 모집은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집 대상은 10학번과 09학번이다. 즉 신입생과 바로 그 위의 학번까지만 뽑겠다는 뜻이다. 사실 신입생이 아닌 학우를 대상으로 수습기자 모집을 한 것도 겨우 1년이다.
그리고 아직 10학번과 09학번만 뽑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나이다. 편집장 혹은 데스크단보다 높은 학번이 수습기자로 왔을 때 적응 문제이다. 동아리 형태라고는 하나 엄연히 존재하는 상하관계 때문에 생길 불화가 염려되는 것이다.
필자가 처한 두 가지 상황에는 똑같은 배경이 존재한다.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에 그 관계를 거스르는 사람의 침입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동아리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대학 내 곳곳에 위치한 권위적인 틀은 신입 회원 모집 자리가 아니라 술 자리에서도 단순히 대화를 하는 상황에도 존재한다. 과연 저 지독한 상하관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한국 사회 내에서 크게 자리하고 있는 권위주의가 대학사회로 그대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실제 사회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있기에 그 속에서 여러 방향으로 수직관계가 형성되지만, 대학 사회 내에선 오로지 학번과 나이이다. 비슷한 학번, 비슷한 나이가 모여 있는 대학생들은 한 학번, 한 살 차이를 가지고도 깍듯이 모시고, 엄청난 대우를 받곤 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사회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다듬을 수 있는 시기인 대학 시절. 새로운 것이 아닌 기성 세대의 틀을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