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겪는 일 중에서-입원과 퇴원
윤영상(경제) 겸임교수
2010-09-30 성대신문
우리 주변엔 장애인이 고생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물론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후천적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각 종 재난과 사고로 인한 장애인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쿵따리 샤바라 ‘강원래’ 가수도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여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 3월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전동휠체어에 앉아 입김으로 작동되는 마우스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해 가며 자연대 강의실에서 강의를 진행했던 사진과 함께 중앙일보 제1면 톱기사에 ‘서울대의 스티븐 호킹’ ‘강단에 선 그는 수퍼맨이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2004년 서울대 교수로 채용되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는 1년에 3~4개월을 태평양, 북극해, 남극에서 연구 활동을 해왔다. 2006년 7월 그는 학생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지역 연구에 나섰다가 그가 몰던 차가 비포장도로에서 전복됐다. 사고 3일 만에 깨어났지만, 목 아래 완전마비가 된 것이다. 그해 8월 이 교수는 LA에 있는 재활전문 병원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재활과정을 통해 입과 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십 가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배웠다.
이 교수는 머리만으로 예전처럼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서울대 측에 증명해 보임으로써 강단에 다시 서게 되었다. 그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요원한 줄기세포가 아니라 현실적인 정보기술이라는 것도 사고를 당한 뒤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와 재난은 사전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나도 여태까지 큰 재난 없이 살다보니 전혀 나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2년 전 1월 어느 단체에서 신년하례회 겸 북한 개성관광을 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현지 방문도 할 겸 동참하려고 했는데, 아직은 나의 운이 아닌 것 같았다.
출발하는 날 서울은 아침 6시쯤부터 눈발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경기도 지역은 이미 눈이 많이 내려 쌓였고 새벽부터 빙판길로 변해있었다. 옆 차선 승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핑 돌아서 우리 버스 차선으로 진입하여 가로 막았다. 그 순간 관광버스 기사가 오른쪽으로 핸들을 조작하여 가드레일과 나무를 치받으면서 버스는 일단 정지되었다.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정지된 곳의 한발자국 뒤는 상당히 긴 낭떠러지였으니, 사람의 운명이 여기서 갈림길이 되었다. 생과 사가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함께 탄 사람들의 평소 쌓았던 공덕이 컸기에 불행 중 다행의 행운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이 정도의 시련과 고통을 통해 다른 큰 것을 느끼게 되었다면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있겠는가!
20여일 병원에 입원하였지만, 주변의 여러 사람의 성원과 격려 속에서 원활히 극복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생과 사의 갈림 길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앞으론 봉사하는 맘으로 살아가려 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는 맘을 갖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