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과의 동행 – 장수정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종로구 평창동의 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자문밖포럼의 자문밖 아트레지던시가 위치해 있다. 지난달 29일, 자문밖 아트레지던시 3기에 이어 4기 입주 작가로 선정돼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장수정 작가를 그의 레지던시에서 만났다. 웃으며 기자를 맞아준 그의 레지던시에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이 가득했다.그림을 그리기 위해 돌아온 먼 길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장 작가는 학부생 시절 음악을 전공한
문화인과의 동행 - 레더가든 가죽공방 고혜리 대표 가죽은 가방, 옷과 가구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서 오랫동안 조용히 사랑받고 있다. “가죽의 가장 큰 매력은 사용하면서 완성된다는 거예요. 사람의 향기, 손의 온도와 수분감에 따라 다르게 길들기 때문이죠.” 공방의 선반에서는 전문가의 손길로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차별화된 가죽 공예품을 볼 수 있었다. 수천 번의 망치질로 정교하게 새겨진 꽃 그림의 옷을 입은 가방이 눈에 띄었다. 가죽 속 꽃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레더가든 가죽공방의 고혜리 대표를 만나봤다.색을 더하고 문양을 새겨유
문화인과의 동행 - 김명지 단청 문화재수리기능사미술문화재학원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단청이 기자의 시선을 빼앗았다. 호랑이와 학이 오방색의 단청 위에 장엄하게 그려져 있었다. “좋은 것은 멀리 있지 않아요. 단청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더 아름답답니다.” 단청과 같이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가진 김명지 원장을 만나보았다.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단청단청(丹靑)은 △백색 △적색 △청색 △황색 △흑색을 기본색으로 궁궐의 각종 건축물이나 사찰의 전각에 칠을 하거나 무늬를 그리는 예술 행위를 의미
채화(彩花)는 비단으로 만든 꽃이란 뜻으로, 궁중에서 쓰여 궁중 채화라 한다.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지만 일견 그 호칭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의궤 속의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채화를 실제 모습으로 복원한 것은 황수로 궁중 채화장이다. 궁중 채화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던 때의 우여곡절과 박물관을 손수 세우기까지, 궁중 채화에 매진한 그의 일생을 직접 들어봤다. 시들지 않는 영원한 꽃을 그리며 전통적으로 꽃은 다양한 의식에서 장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자리 잡아 살아있는 꽃을 꺾지 않고, 비
문화인과의 동행 - 안규철 조각가일상적 사물을 낯설게 재현해 관객을 멈춰 세우기자신의 경험대로 해석하고 감상하는 태도 필요“미술가가 지금 해야 하는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이다”라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안규철 조각가는 가까운 곳에 있는 평범한 사물들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물을 조금씩 비틀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안 작가는 대학에서 조소를 공부한 뒤 7년간 기자로 글 쓰는 일을 했다. 이후 1980년대 사회정치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에 모더니즘에 반발한 진보적 미술
문화인과의 동행 - 케이크 아티스트 정승호재료를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케이크 아트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기대해특별한 날엔 케이크가 생각난다. 평범한 케이크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시간과 정성이다. 케이크 아티스트 정승호 씨는 케이크를 매혹적으로 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세종시에 위치한 케이크 공방에서 그를 만나 케이크 아트의 고민을 나눴다.케이크 아트란 무엇인가.케이크 아트는 정교한 케이크 장식을 의미해요. 케이크 아트는 작은 꽃부터 거대한 조각상까지 모양의 제한이 없는 것이 장점이에요. 사람들은 뭔가
문화인과의 동행 - 김미선 지호공예 작가한지와 양지, 폐종이 사용해지호공예 대중화 위해 힘써지난 17일 아침, 전라남도 담양군의 맑은 하늘 아래에 공방 금하당(琴荷堂)을 찾았다. 거문고의 선율처럼 은은하면서 묵직하게 퍼지길 바란다는 뜻의 공방에는 종이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작품이 가득했다. 비주류 문화인의 행보에 대해 자신의 업(業)이라며 겸손으로 대답한 김미선 지호공예 작가의 손엔 종이로 만든 그릇이 쥐어져 있었다.지호공예란 무엇인가.지호공예는 한지공예의 한 분야로, 종이 지(紙)에 풀죽 호(糊) 자를 써요. 쓰고 버린 폐한지를
「어름산이」 - 오대교여보시게/ 난하늘이 두렵지 않다네내 집 같은 걸/ 줄기둥에 술이나 한 잔 부어주게녹밧줄을 팽팽히 당긴 다음/ 한 판 놀아 볼까…하늘길이 어둡네/ 횃불을 밝혀주게외홍잡이 쌍홍잡이로 치솟고 싶네여보시게/ 난 땅이 두렵다네애써 걸어도 끝없는 땅이떵따따 쿵따쿵 떵따따 쿵따쿵 얼쑤왜 어름산이의 길을 선택했는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광대 집안에서 태어났고, 좋아서 하기보다는 억지로 시작했죠. 10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줄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천재가 아닌 이상
하이퍼리얼리즘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화가들이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생각을 먼저 하고 그것에 대한 반영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어요.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기에 하는 거죠. 저는 어릴 때부터 사실적인 게 좋았어요. 군대 전역 후에는 사실적인 그림을 넘어서 아예 극한의 사실성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이퍼리얼리즘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내가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지만 사진과 똑같이 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게 ‘내가 이만큼
보통은 ‘도예’라는 말에서 식기 굽는 모습을 떠올린다. 어떻게 도자기로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나.도예는 대학생 때 배웠다. 졸업 직후 홍보·마케팅 분야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에 재충전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의 배낭여행에 쓸 여행경비가 없었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생각했던 방안은 전공을 살려 도자기를 만드는 거였다. 그 때가 4월 중순이었으니 바로 다음 달인 5월달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도자기 카네이션 브로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첫
극장이자 카페이자 공방인 공간 ‘다락극장’에 대해 소개해달라.처음에는 그냥 작업실이었다. 여기에서 인형을 작업하고 연출해서 체코로 보내는 일을 했는데, 느닷없이 누가 찾아와서 ‘여기 인형극하는 곳 아니냐’고 하더라. 트렁크까지 들고 멀리서 오셔서 인형극을 보여달라길래 ‘보여줄까?’ 했는데 이게 참 재밌었다. 그다음 주에는 그 사람이 친구 몇 명을 더 데리고 와서 또 공연을 하고, 그렇게 시작했다. 다락극장이라는 이름은 다락방에서 따왔는데, 체코 유학에서 돌아와서 쌓아뒀던 짐들을 하나둘 정리하던 추억에서 생각해냈다. 다락방 특유의 감
사방이 흰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 산 언덕에 황금빛 누비저고리와 붉은 고름이 바람에 나부낀다. 설산과 한복이라니 생소한 조합이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숨 막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패션모델도 전통문화 종사자도 아닌 한 여성. 한복을 입고 전국 방방곡곡을, 또 세계 각지의 명소를 다녀온 한복여행가 권미루 씨를 만났다. 명절이나 결혼식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한복이 여행의 파트너가 됐다. 한복여행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처음부터 한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려던 생각은 아니었어요. 한복을 갖고 싶어서 제게
길을 거닐다보면 어디에서든지 감성 넘치는 손글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꽃’이라는 낱말에선 싱그러운 봄내음이 불어오고, ‘청춘’이라는 글자는 여리지만 뜨거웠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한다. 2000년 초, 한국에 처음 캘리그라피를 소개하고 글씨를 통해 세상 사람들과의 다정다감한 교감을 시도해온 사람이 있다. 순수와 상업서예를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캘리그라퍼 강병인을 만났다. 어린 시절을 산골 오지에서 보냈다. 붓을 잡게된 것은 언제인가.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서예반을 개설하셨어요. 그 때 처음 서예를 시작하게
2014년은 ‘힙합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힙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색깔 없는 랩이 음원차트를 점령한 오늘, 오직 한글로 된 가사로 우리나라의 서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힙합 듀오가 있다. 바로 한국 힙합 1세대이자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가리온’이다. 작년 겨울, 콘서트 준비로 바쁜 그들을 망원동 피브로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힙합에 대해 얘기할 때 언더그라운드가 빠질 수 없는데,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란 무엇인가.나찰 : ‘언더그라운드’는 어떠한 사람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익살스러운 표정의 피에로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등장할 것만 같은 ‘마임’. 모든 연기의 기본이 됨에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마임에 사람들은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1987년부터 줄곧 ‘비주류’ 마임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지난 5일 저녁 국립극장, 진주에서 막 올라온 마임이스트 고재경을 만났다. 27년간 해온 ‘마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마임은 대상물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대로 대상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공연자의 관점이
배공민 기자(이하 배): ‘10초 완성 10원 초상화’는 어떤 의미인가요?장재민 작가(이하 장): ‘누구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라는 패러 다임의 전환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입니다. 10원 초상화는 말 그대로 10원을 받고 10초 만에 완성해주는 초상화예요. 싼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그릴 때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과 최소 금액이 10초와 10원이더라고요. 물질문명에서 희소성 있는 예술은 비싼 값에 팔리고 있어요. 하지만 희소성과 무관하게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예술이에요. 이 작업을
송윤재 기자(이하 송) ‘최규석’이라는 세 글자가 웹툰에 등장하자 많은 독자들이 열광했다.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중에서도 ‘네이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최규석 작가(이하 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길 바라는 마음에 웹툰을 시작했다. 웹툰 안에서 ‘네이버’와 ‘다음’ 사이에 진영이 갈라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내 만화가 ‘네이버스럽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4주에 4화를 그리는데 12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힘들다. 1년간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송 트위터를 보면 웹툰에 대한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것.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이제 그런 것들을 좀 더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2002. 조주상의 '디자인 솜씨' 중에서배공민 기자(이하 배): 원래 직업은 디자이너였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신 건가요?조주상 감독(이하 조): 웹디자인을 10년 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디자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엉뚱한 생각이 계속 났어요.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던 참에 ‘서울여성 디지털 디자인 공모전’이 눈에 팍 들어온 거죠. 마감이 일
조수민 기자(이하 조) 언제부터 미술을 시작하게 되셨나요.공성훈 작가(이하 공)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당시에는 미술 학원이 많지 않아서 혼자 그림을 그리곤 했죠. 그러다 중학교 때 미술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매일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며 그때부터 진로를 미술로 정하게됐죠.조 활동 초기에는 회화가 아닌 기계를 이용한 작업과 설치 미술을 주로 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작업이었나요.공 제가 전자공학도 공부하기는 했지만, 고난도 기술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어요. 꼭 어려운 기술이어야만 의미 있는 것
양반가 자제가 어느 날 장에서 별신굿을 구경하다 아름다운 무녀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린다. 그의 이름은 김천득, 김해 김씨 삼현공파의 4대 독자는 그렇게 동해안 별신굿 세습무가의 첫 화랭이가 됐다. 그리고 어느새 100 여년이 지나고, 동해안 별신굿의 마지막 화랭이 김정희가 태어났다. 희미해져가는 동해안 별신굿 전통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그를 만나봤다. 김태훈 기자(이하 김) 화랭이란 무엇인가?김정희 화랭이(이하 김) 화랭이는 세습무가의 남자무당을 칭하는 말이다. 화랭이는 굿판에서 연주나 소리를 하는 악사역할을 함과 동시에 마을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