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주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동창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긴급 모임. 장례식장 xxx" . xxx 본인상? 고등학교 동기 동창으로 국내 굴지의 은행에서 중역으로 정년을 마치고 계열사에서 또 몇 년 이사로 잘 보내고 나서 한국생활을 접고 딸들이 사는 미국으로 들어간다고 작년 동기 모임에서 인사하고 간 친구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급한 일들만 마무리하고 저녁 시간 좀 늦게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문자를 보낸 친구가 나오면서 “오늘 새벽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대” 말을 잇지 못하고 급한 일이 있다며
2010년 12월 24일자가 발간일로 되어있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책『아프니까 청춘이다』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에 대한 호불호의 평가가 극명해지는 가운데, 간혹 인터넷 머리기사의 한 꼭지를 차지하곤 한다. 처음 책 제목에서 가졌던 나의 인상은 솔직히 공감보다는 반감에 가까웠다. 나는 이 제목을 듣는 순간 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근거 없는 반발심과 비판정신으로 무장되어 이에 대응할 만한 책을 하나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었고, 그 제목을 '늙으니까 아프다'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많은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이다. 1986년에 대학에 입학했던 내게 1988년은 스펙트럼처럼 이어지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류탄 냄새 자욱하던 1학년과 2학년을 보내고 비로소 봄다운 봄이 대성로에 찾아온 해, 그래서 명륜당에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해, 꽃이 만발한 5월에 보길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해,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군대를 가야 했던 해... 바로 전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가 이다. 이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던 재작년 가을, 수업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위험관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압축 성장과 매우 빠른 정보화는 다양한 기술위험에 우리 사회를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이제 겨우 인식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 위험은 점점 더 사회적 성격에 좌우 되는 모습을 한다. 예컨대 방폐장과 같은 위험 시설의 입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위험한가(기술적 문제)’보다는 ‘정부나 산업을 믿을 수 있는가?(신뢰의 문제)’, ‘내가 가진 재산의 가치
90학번인 필자는 1990년 성균관대 자과캠에 첫발을 내딛었다. 자과캠은 대학 캠퍼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평지 캠퍼스였고, 건물들은 당시 기준으로는 새 건물들이었다. 자과캠의 설계자는 학교의 주요 중심 동선 체계를 X자형으로 구성했다. 성균관대역에서 내려 후문으로 들어와 이과대 게이트들을 차례로 통과하면 학교의 중심인 학생회관과 도서관이 나타나는 동선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캠퍼스의 중심을 “민주 십자로”라고 불렀다. 당시 정문은 수성관 건물 남쪽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나왔고, 철거한 구도서관은 캠퍼스의 남쪽 경계선이었
금기의 장발을 흩날리며 대성로를 누비던 70년대 말 학생 시절에 비하면 요즘 대학생들의 인간관계는 매우 건조해 보인다. ‘서로서로’ 혹은 ‘우리 함께’보다는 각자 자기 할 일만 한다. 전공의 광역화로 학과 단위가 너무 커져 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손바닥 스마트폰 안에 온 세계가 들어 있으니 과거 식의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취업난에 학점전쟁 또한 커다란 현실적 이유다.당시는 매년 매 학기 MT며 체육대회로 분주했고, 수학여행, 졸업여행으로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어쩌다가 운동부가 결승에 진출하면 거의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
따가운 햇살에 한낮엔 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론 제법 바람이 차다. 거리는 어느새 국화로 장식되고, 라디오에서는 가을음악이 흐르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길어졌다. 아직 설익은 가을이지만 사람들은 미리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매우 짧다. 하지만 여느 계절과 달리 깊게 자국을 남긴다. 수확이라는 풍성함과 빔이라는 쓸쓸함, 두 개의 얼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계절을 끝없이 노래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가을의 풍성함과 빔을 조화롭게 아우른, 삶과 생각이 건강한 청년을 만났다. 읽는 내내 맑고
게임디자인 강의를 하면 가장 처음에 ‘게임은 닫힌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규칙, 진행, 목적, 결과, 경계, 갈등 등등의 게임 요소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고 하나의 요소에 변화가 오면 다른 요소들도 적든 많든 모두 영향을 받게 되어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들의 역할을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규정하고 인내를 가지고 균형을 맞추어 플레이어로부터 의도하는 감정을 끌어내야만 한다.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면 그들의 조합은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meaningful choice)을 요구한다. 좀 더 평탄해 보이지만 멀리
성균관대학교에 오기 전 15년 동안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G7 국가의 채권, 파생상품 등을 트레이딩 하고 펀드를 운용하면서 보냈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플로어의 모습을 영화나 뉴스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형 국제투자은행들, 예를 들면 내가 일했던 시티나 제이피 모간 등, 은 축구장만한 트레이딩 플로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트레이더들이 고함을 치며 전화를 하거나 바로 앞에 있는 6-8 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영화 속 장면과 판박이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다 남자들이다. 난
인체의 세포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장기를 만들어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진행 되어 왔고, 198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화상 환자를 위한 인공피부가 제작되면서 조직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동기가 되었다. 조직공학이란 (줄기) 세포(cells), 세포가 부착되어 자랄 수 있는 지지체(scaffold), 그리고 세포의 성장 및 분화를 조절할 수 있는 성장 인자(growth factors)를 이용하여 여러 조직 재생 및 나아가 장기복원을 목표로 하는 연구를 통칭하는 학문이다. 특히, 조직 및 장기를 재생 및
우리가 사는 지금은 지식·정보가 부를 창출하는 시대다. 이 무형자본인 지식·정보는 미래에도 부와 권력, 나아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근대 역시 지식·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진로가 갈렸다. 동아시아 각국은 새로운 지식·정보를 크게 활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16세기 이후, 서구 각국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 부를 축적하고 산업화로까지 나아가는 것에 무관심하였다. 서구는 몇 세기 동안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고 근대의 길로 나아간데 반해, 동아시아 각국은 국가가 지식·정보를 독점하거나 통
오늘날의 세상은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 관계로 연결되어 하루하루의 나의 일상의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세상이다. 나의 일상은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며 또한 심지어 10년 정도 전에만 해도 해외 토픽감으로 뉴스에서 회자할만한 일들조차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시대이다. 또한, 한국에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별난 눈으로 보는 시절 또한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언제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10여 년 전 필자가 유학을 가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미국 동부의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가 어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