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간신’이라 하면 양의 탈을 쓰고 ‘네네!’만 반복하는 예스맨이 떠오른다.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주워볼까 하며 알랑대는 2인자 아첨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간신은 간신의 한 분류에 불과했다. 앞서 보았듯 역사 속 간신 중에서도 아첨꾼의 수준을 넘어 왕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실세’ 간신도 존재했다. 군주 한 사람에게 모든 법적인 권력이 부여됐던 전통 사회에서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외척정치, 환관 정치부터 수렴 청정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왕 뒤의 실세 간신들로 인한 폐단은 고스란히 민중들의 몫으로 돌아왔지만, 정치·경제로부
'신뢰와 사회적 자본: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의 저자 유종근은 공적인 신뢰는 사적 신뢰를 넘어 전 사회적 협력과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적 신뢰 기반이 허약한 것은 규칙을 만들고 적용하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부터 드러난다. 현대사회연구소와 문화일보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법원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0%를 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사회처럼 규칙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경우 연고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1. '김윤정 유괴사건'범인 윤수아 프로파일링 열두 살 해영은 비가 오는 날에 자신의 친구가 납치범에 의해 유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범인이 남자일 것으로 추측했던 경찰과 달리 해영이 목격한 범인은 여성.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당시 경찰은 해영의 말을 무시한다. ①15년 후 경찰이 된 해영이 직접 프로파일링을 함으로써 범인을 추론한다. 검은 우산에 가려져 범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운동장의 정글짐 3층이 어깨까지 온 것으로 보아 키는 165cm 전후다. 수수해 보이지만 고가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가방
완벽하지 않은 선택우리는 하루에 수백 번 선택을 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아주 적은 양의 치약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치약을 길게 짜서 양치한다. 또, 카페에서 점원의 “큰 사이즈, 중간 사이즈, 작은 사이즈 중 어떤 사이즈로 드릴까요?” 라는 물음에 무심결에 중간 사이즈를 달라고 말한다. 누구도 이렇게 행동하라고 말한 적이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넛지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으로, ‘직접 특정 행
(1) 오늘날의 핀테크 최근 중국인들이 드라마 를 보고 주인공 천송이의 코트를 사려 했으나 여러 규제 때문에 구매가 좌절된 이른바 ‘천송이 코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결제서비스의 불편함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고, 금융 당국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용자를 불편하게 가두던 규제의 벽이 허물어지고, 그 영역에 ‘핀테크(Fintech)’ 기술이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이는 IT 기업이 주
산업사회 이전의 가족산업화 이전 시대를 살던 기혼 여성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삶의 소명이었다. 즉, 기혼 여성에게는 ‘아이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화 이전의 삶이 경제공동체인 가족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아이들은 가족의 노동력을 보충하는, 그리고 부모의 노후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인식됐고, 사실상 결혼 또한 사랑 때문이 아닌 경제공동체로서의 가족에 기여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 당시 아이들은 독립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 못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과거와 미래 아닌, 현재에 초점 맞추다앞으로 나아가기 이전에 청산해야 할 것, 바로 과거다. 정말 어두운 과거가 내 발걸음을 막고 있는 것일까. 단지 과거에서 원인을 찾아 현재를 합리화하려는 게 아닌가. 이는 아들러의 ‘목적론’과 관계가 깊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과거의 사건에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여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단으로 이용한다. 아들러에 의하면, 지금 내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은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과거의 상처로써 합리화하
“우리는 병적으로 결정을 미루는 결정장애 세대(Generation Maybe)다.” ‘결정장애 세대’는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도서 의 저자인 올리버 예게스(Oliver Jeges)가 2012년 ‘디 벨트’ 칼럼에 처음 써 유럽 전역에서 대중의 관심을 끈 단어다. ‘결정장애’란 자기 결정이 부족하고 어정쩡한 특징을 가진 20,30대들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 결정장애란 단어가 있었다면 소심한 사람들의 우유부단한 개인의 모습을 지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성격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결정장애의
내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MBC와 SBS에서 방영 중인 와 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흔히 ‘다중 인격’이라고 알려진 증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과거부터 창작물의 소재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그럼에도 두 방송사에서 동시간 대에 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편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 상 재미를 위하여 해리성 정체감 장애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학술부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술술 풀리는
자선 사업이나 기부 행위는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의료산업에 대한 기부로 여러 병에 대한 치료 기술이 개발된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여러 장학재단의 출현으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는 우리가 ‘절대적인 선’이라 여기던 자선 사업의 이면을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을 예로 들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현대적 의미의 자선 사업현대적 자선사업은 산업화로 인해 극빈자를 돌보는 기존 제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야기된 사회적 혼란에 대한 대
영화 ‘건축학 개론’의 제작사 '명필름'은 ‘기억의 습작’을 삽입곡으로 넣기 위해 음악저작권협회에 3천만 원의 사용료를 지급했다. 명필름은 이를 지불할 수 있는 규모의 제작사였지만 2~3억 원 정도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사는 음악 다섯곡을 사용하면 제작비의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지적재산의 자유로운 활용을 규제하는 제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창작 활동에 현실적 제약을 받고 있다. 이것은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사회 구성원의 창작 및 혁신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보편적 상식에 의문을 던진다. 책 ‘지식독점에 반대한다’는 실증적
제주도 서귀포시 남쪽 해안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6년째 투쟁 중이다. 국방부는 2007년 지리학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생태계 보호와 개발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 및 정부와의 갈등은 심화됐다. 생태계의 문제와 국방의 문제 중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이 가치의 결정 과정이 바로 ‘행정’이다. ‘행정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왠지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행정고시를 시작으로 각종 관공서와 행정이원론과 같은 정치이론들 때문일 것
신화는 비극적이기 때문에 이야기로만 남아야 한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신화는 비유를 통해 현실에 나타나곤 했다. 그 예로, 근대의 권력 계층은 민중을 무서운 그리스 신화 속 괴물 히드라에 비유하곤 했다. 그 징글징글한 괴물은 위대한 헤라클레스가 아무리 머리를 베도 자꾸만 부활했던 것이다. 1957년, 미국의 여류 작가 에인 랜드(Ayn Rand)는 그리스
는 에인 랜드의 사상을 비판하는 게임으로, 랜드의 낙원 아틀란티스처럼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가상의 도시 ‘랩처(Rapture)’가 등장한다. 그러나 랩처는 낙원이 아닌 지옥이 돼있다. 이 편지는 이 도시에서 홀로 제정신을 가진 테넨바움 박사가 게이머에게 호소문을 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당신같이 땅을 밟고 사는
“평생토록 착실했고, 단정했고, 금욕주의자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며, 깨끗했고, 언제나 시간을 잘 지켰고, 복종했고, 신뢰를 쌓았고, 예의 바른 삶을 살았으며, 빚이라고는 진 적이 없고, 남에게 폐를 끼친 적도 없고, 병에 걸린 적도 없고, 사회 보장 보험금에 신세를 진 적도 없고, 언제 그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고 일생 동안 마음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공포는 삶의 원동력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는 바로 공포와 삶을 위한 헌사다. 주인공 노엘은 30년 넘게 기계적이고 예민한 삶을 반복해왔다.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씻고 나서 8시 15분까지 출근한다. 근무 시간 동안 올바른 자세로 경비원 일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간
여자에게 묻는다. 초등학생 시절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는 누구였나. 선생님? 부모님? 혹시, 동성의 선배나 급우는 아니었는지. 자, 그럼 다음 질문.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가 불과 일주일 새 당신의 세계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바꿔 놓았던 경험이 있는가. 또는, 여자 상사가 교묘히 당신보다 남자 동기에게 너그럽게 군다고 느끼지 않나. 격렬하게, 혹은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다. 25세가 지나면 더 이상 안 팔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이 이와 같이 언급해 여성 비하 발언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헤프닝이 있었다. 아마 앞서 소개한 작품의 작가 필리스 체슬러(Phyllis Chesler)가 봤다면 탄식했을 만한 일이다.그녀는 1940년대에 태
한 제자가 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교수는 제자가 고민하고 있을 때 교수로서, 또 대학 선배로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미안함을 느꼈다. 이 일을 계기로 20대라면 겪게 되는 고민을 많은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라는 강의를 개설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