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중, 한 독자가 물었다. “이 작품을 세 번이나 읽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작가님께서 접근법 하나만 제시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러자 작가는 대답했다. “그럼 네 번 읽으십시오.”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세 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윌리엄 포크너(William F
“유사성이 거의 없는 그의 소설들은 끊임없는 창조를 통해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될 당시의 평이다. 그런데 이중 ‘소설에 유사성이 거의 없다’는 말은 그의 작품 속 배경을 논할 때만은 어쩌면 틀렸을 수 있다. 『음향과 분노』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ls
“저 구역질 나는 인간들은 한 달 중 아무 때고 섹스를 하더군. 자기가 뻔히 임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알고도 남편을 슬그머니 꼬이더라고. 아, 더 끔찍한 얘기도 있어. 세상에, 그 노인네들조차 섹스를 하지 뭔가?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어. 그런데 진짜 이상한 건 바로 이거야. 다들 문을 닫아걸고 아무도 모르게 섹스를 하지 뭔가. 마치 무
복잡한 대상일수록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를 무한히 증식시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복잡함을 다 모아놓은 듯 한 여자라는 동물은 얼마나 구미가 도는 연구 대상인가. 특히 그들이 표출하는 성에 관한 양상은 매우 미묘해 파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두 명의 저명한 심리학자, 신디 메스턴(Cindy Meston
한 번쯤 텔레비전에서 북한 무용수들이 나와 공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굴을 하얗게 화장하고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복장으로 춤추고 노래를 한다. 그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아 보는 이가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그러나 북한 무용수였던 한 여성의 말은 우리의 환상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버린다. “배가 고파도 배부른 척, 괴로워도 행복한 척했어요. 그때는 어떻게 그랬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가네요”영화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다짜고짜 탈북자들이 나와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고 증오한다. 자신의 모든 피붙이를 죽음으로 밀어 넣
이집트 사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사그라질 새도 없이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 정권과 시민의 대립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도 이들과 비슷한 역사를 가져서일까,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시위 장면은 가슴 한편을 아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여기 숭고함마저 자아내는 또 다른 민중의 모습이 있다. 바로 리비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인 이란의 민중들이다. 마르잔 사트라피라는 이란 여성이 자신의 기억 속 이란의 사건ㆍ사고를 만화의 형식으로 진실하게 그려낸 작품, 페르세폴리스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란 민중의 모습을 마르잔의
‘나는 누구인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 말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우리는 사회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에 두고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타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누군가 말한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고. 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성찰한다면 우리는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을 때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 몰라라 식의 발뺌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술에 취하거나 우울증, 다중인격 같은 정신이상
레드 썬! 최면에 걸린 사람의 눈이 점점 감기고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리고 그는 최면술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 이처럼 최면에 걸린 이는 순간적으로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그의 의지는 이내 종적을 감춘다. 그렇다면 과연 최면에 걸리지 않았을 때도 우리는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려는 의지를 오롯이 반영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사전에 따
여기 ‘기막힌’ 사람들이 모였다. 인권영화도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기막힌 세상이지만, 끝내 인권영화를 상영하자는 기막힌 사람들, 그리고 위태롭지만 인권영화제 개막을 성사시킨 이들의 기막힌 열정.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제14회 인권영화제가 지난 27일부터 4일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액땜이라고 하기엔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컨설턴트』임성순 킬러이지만 총과 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죽이는, 그런 킬러가 존재할까. 책 『컨설턴트』의 주인공이 바로 이런 종류의 킬러다. 의문의 사나이로부터 제안받은 살인 소설의 작성, 주인공은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실제 살인 사건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렇게 킬러가 된다.주인공은 사나이로 인해 베일에 싸인 회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통해서 프레임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언론과 프레임, 수용자의 관계를 보다 깊게 알아보고자 한다. ■ 왜 우리가 프레임에 입각해 사고를 하는지일반적으로 언론학에서는 신문과 방송 등 뉴스 미디어가 사회이슈를 보도할 때 프레이밍을 한다고 합니다. 정보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를 수용자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특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처음 책을 접하면 누구나 제목이 무슨 말인지 의아할 것이다. 이 제목은 책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기에 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는 증거가 된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로, 저자는 공화당을 떠올릴 때 코끼리는 떠올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공화당이 코끼리라는 동물과 함께 연상되는 순간 공화당은 코끼리의 이미지로 덮이고 만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이 작용하는 과정이다.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정신적 구조물,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로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인간이 자연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풍수지리 △대지모 △음양오행 등의 사상이 지향하는 바가 그렇듯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앞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도 이러한 사상이 녹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은 어땠을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연을 정복하고 개발의 대상으로만 봤을까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대지모 사상은 동양에 한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삶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원형(archetype)입니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동
‘공수레공수거’.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죽어가는 인간이지만 그 곁에는 항상 ‘땅’이 함께 한다.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땅은 인간을 늘 곁에서 보듬어주는 존재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인간들은 이런 대지모(大地母)적인 은혜를 잊은 채 배은망덕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마치 다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펄 벅의 소설 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왕룽’의 일대기이다. 그가 부엌종 ‘오란’을 아내로 사와 질곡의 인생 세월을 겪어내며 대지주로 거듭
소설 <블루 혹은 블루>에서 두 명의 도플갱어는 서로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비극을 겪고 그를 통해 자신들의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반면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 나오는 두 도플갱어,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는 이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죠. 두 작품에 나온 도플갱어들이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비교해 그들과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현상이라는 뜻의 도플갱어. 이는 의학적으로는 정신질환 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규명됐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재앙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도플갱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통념에 대항하며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는 도플갱어에 대한 다른 관점의 성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