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경 기자 어느 날 대학로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좀비 영화를 보다가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재밌는’ 소설을 써 보려고 구상중인 터에 이 스쳐가는 생각은 곧 현실이 됐습니다. 물론 제 책 속에서 말이죠.소설 속 공간인 대학로는 ‘젊음’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우선 주위에 여러 대학들이
“이건 분명히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머리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길고 박진감 넘치는 좀비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썩은 시체가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괴생명체. 작가는 호러물에나 어울릴 법한 좀비를 대학로라는 현실 속에 끌어들이며 흥미로움과 참신성을 겸비한 작품
“왜 에바에 타는거니?”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 주인공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에바’는 지구를 침공해오는 ‘사도’들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반(半)생명 병기로, 에반게리온은 이 에바의 탑승자인 신지, 아야나미 레이, 아스카가 사도들과 맞서 싸우는 이
『요한시집』장용학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존재하는가? 대의명분이 개인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장용학의 소설 『요한시집』은 바로 이러한 실존주의적 질문들에서 시작한다.소설의 앞부분에선 토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화가 등장하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평온한 삶을 향유하던 토끼의 굴에 어느 날 한줄기 빛이 들어온다. 이 빛을 보는 토끼는 바깥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읽다보면 ‘증식’의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한다.‘증식’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인 사고로만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조차도 종종 신화적 사고의 힘에 호소해 난국을 타개하고자 해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중 바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나카자와 신이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었을 때 돈을 벌어서 노후에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경제활동을 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무언가 소진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의 저자 신이치 교수 또한 이러한 고민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왜 이러한 감정을 느
“진짜가 뭐지? 만약 너가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고, 보는 것을 진짜라고 말한다면, 진짜는 단지 네 뇌에 전달되는 전자신호에 불과해”매트릭스 속의 세계가 ‘진짜’냐는 질문에 대한 모피어스의 반문이다. 이처럼 영화 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는 현실에 던지는 섬뜩한 음모론이다. 그렇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이 물음은 결국 답을 내놓지 못한다. X-File의 마지막 문구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셈이다.할리우드를 넘어 우리 영화 의 전투현장을 보자. 진실이라는 존재가
도라 부를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덕경 제 1장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를 말로 설명할 순 있지만 그 설명이 도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도’란 무엇일까. 노자는 우주가 시작되는 근원적 측면을 무(無)라 했고, 구체적인 만물을 만들어낸 측면을 유(有)라 했다. 하지만 이 무와 유는 모두 도에서 나온 것으로 도의 특성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름만 다른 것뿐이다. 즉 우주 만물의 근원인 유와 무조차도
『배려』의 주인공 ‘위’에 의하면, “세상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무언가를 먼저 주라는 위의 뻔한 말들을 다시금 지켜보면, 어떤 궁금증이 생깁니다. 영어의 GIve and Take도 그렇지만, 언제나 ‘주고(Give)’, ‘받습니다(Take)&r
『이타적 인간의 출현』최정규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살인마 조커는 시민들이 탄 배와 죄수들을 호송하는 배에 서로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넣어두고 자정까지 상대방의 배를 먼저 폭파시키는 쪽을 살려주겠다고 협박한다.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정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당신이 살기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
쇼펜하우어 『인생론(원제 : 부록과 보유집)』 “인생이란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다만 생존의지가 시키는 대로 고통에 대하여 벌이는 휴전없는 싸움의 연속이며, 인간은 그러다가 허무하게 손에 무기를 든 채 죽어가는 존재이다”대표적인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원제 : 부록과 보유집)』에서 정의된 인생은 이처럼 ‘고
김성한의 대표 소설 『바비도』는 15세기 영국 내 종교와 권력의 타락을 다루지만 사실 그 속에는 독재와 부패가 점차 극렬해지고 정의가 사라진 한국 전쟁 직후의 모습이 담겨있다.이처럼 다른 것을 말함으로써 문맥 속에 감춰진 어떤 진리를 우회적으로 깨닫게 하는 표현 방식을 알레고리라고 부른다. “다르게 말한다”는 그리스의 ‘al
6·25전쟁 이후 한국 사회는 혼란 그 자체였다.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 속에 문학계에서는 전쟁의 아픔을 다룬 작품과 함께 전후 무질서한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작품 역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중에서도 김성한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함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구현에 초점을 둔 실천적 인간형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당시 문학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특히 소설 『오분간』은 신의 권위에 도전한 프로메테우스와 신의 대결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전후의 폐허화된 정신 상태를 우의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
하류지향에서 보여지는 학생들의 모습들에서 고등학교 시절 내 모습을 보았다. 선생님께, 혹은 부모님께 “시험 잘보면 맛있는 것 사주세요, 뭐 해주세요…” 철없던 시절이었지만 작가의 분석대로 정말 우리에게 교육은 서비스적인 측면이 강했다. 나는 이 공부라는 일종의 노동을 해내고 있는 중이고, 선생님과 부모님은 이 노동에 댓가를
『하류지향』우치다 타츠루 최근 일본에서 ‘하류사회’라는 말이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류’라는 단어는 사회적 신분이나 물질적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을 뜻한다. 그러나 『하류지향』에서 말하는 하류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아닌 심적으로 일할 의욕 없는 20~30대의 젊은이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존재에 의지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이는 돈을, 또 어떤 이는 명예를 좇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곤 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신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도킨스의 주장처럼 신은 단지 만들어진 ‘헛된 존재’일 뿐인가요? 아니면 맥그라스의 주장처럼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것인가요?영화 ‘신과 나눈 이야기’의 주인공 도널드 월시는 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돈도 꽤 가진데다 안락한 집까지 있는 그가 신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하지만 그
철학사와 세계사를 걸쳐 ‘신’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100여년 전 종지부를 찍었을 것 같던 신에 대한 논쟁은 찰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으로 인해 다시 불붙었다. 그리고 얼마전, 도킨스의 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도킨스의 망상』이 출판되면서 이 논쟁은 ‘2라운드’에 다가가고 있다.도킨스와 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여행을 해왔다. 하지만 이 두 여행의 원인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었다. … 중략 … 그러나 동일한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분석에 근거하여 우리는 신에 대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 읍에서 한 이 십 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남춘천행 기차를 타고 2시간가량 달리다 보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김유정 역’. 경춘선 개통 당시 ‘신남역’이라는 명칭이었던 이 역은 마을 전체가 작품의 배경인 실레마을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가꾸기 위해 2004년부터 ‘김유정 역’
해학, 풍자, 희화화, 골계, 아이러니…. 과 으로 친숙한 김유정의 작품을 설명할 때면 전형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이다. 토속어와 서민적인 속어 감각, 아름다운 순우리말 어휘 등은 김유정만의 빼어난 문학적 특징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염상섭·채만식과 같은 동시대 작가에 비해 그가 가진 ‘시대의식’은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유정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되돌아본 그의 소설에는 야학을 설립하고 농촌계몽운동을 벌였던 경험과 시대를 향한 진실한 고민이 녹아 들어있다.이러한 고민은 그의 처녀작
‘가스등 이펙트(Gaslight Effect)’라는 단어는 사실 이 책의 저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빈스턴 박사가 1944년 작 영화 ‘가스등’을 보고 만들어낸 개념이다.이 영화는 희미해지는 가스등 불빛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워하는 폴라와 그녀를 조종하는 남편, 그레고리의 이야기다. 그녀는 처음에는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지지만 남편에 의해 점차 환각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형편없는 사람으로 묘사 된다.그레고리는 폴라의 이모인 엘리스의 살해범이자 보석 도둑으로, 폴라와의 결혼 역시 그녀가 물려받은 유산을 노린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