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식물김민석(국문 17) *종이컵 바닥에는 진득한 커피 덩어리가 남아 있었다. 윤 욱은 종이컵 테를 시계방향으로 돌려 씹었다. 절반 정도 씹고 나서 보니 시계는 오후 여섯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천에 이십오라. 이 실장은 연신 눈썹만 긁어댔다. 짙은 눈썹과 동그란 눈, 돌출된 아랫입술. 군인 머리. 괜히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천에 이히 시힙 오호. 이 실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박자에 맞게 수첩을 넘겼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는 이십오만 원.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윤 욱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선을
인터뷰 -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이희옥 교수 양국 사이 우리 외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해청년들의 경험 교류로 반중 정서 완화할 수 있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기존의 외교 기조를 탈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확대되는 반중 정서로 새로운 한중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 관계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일지, 12년째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우리 학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노다겸(경제 20) “그런데, 어디 있니?” 최은경 씨의 핸드폰으로 또 알림톡이 왔다. 은경 씨는 이제 그 사근사근한 멘트를 외웠다. 아니, 다 외웠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시간에 온 그 ‘까똑!’ 소리에 “그런데, 어디 있니?”라고 대꾸하기까지 했다.최은경 고객님! 우체국입니다. 윤주선 고객님의 부재로 배달하지 못한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 대구달서우체국. 월성동에 사는 덕분에 달서우체국이 코앞이라 반송 완료 알림이 아침부터 빨리 오는 건 또 누구 속 터지라는 친절인가. 은경 씨는 국밥집에서 밤새 시달린 다리를
추석을 맞아 떡만둣국과 송편, 떡 제공한 무료급식소복지 소외계층이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 계속해서 상승하는 물가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이상 상승했다. 특히 식재료의 가격 상승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있다. 바로 무료급식소(이하 급식소)다. 추석 당일이던 지난 11일, 기자는 종로구에 위치한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방문해 물가 상승의 대응
자과캠 만남 - 이문수(고분자공학 95) 동문 북적북적 사람들로 가득 찬 정릉시장의 중심에 위치한 청년밥상문간 1호점. 식당의 입구에는 ‘신부님 식당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다. 식당 건너 청년카페문간에서 이문수(고분자공학 95) 신부는 미소를 지으며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가 살아온 삶처럼 따스함을 간직한 그곳에서 이 동문의 삶을 들여다봤다.종교적 신념으로 청년 위한 가게 차리게 돼청년밥상문간이 150호점이 될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 긴 수험생활 끝에 고분자공학과에 진학하다신부이자 청년밥상문간의 C
결혼의 환상성 - 여성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박완서, 『서 있는 여자』(1985)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 문학논평원보하(미디어 17) 처음으로 비혼을 다짐한 건 10살 때였다. 결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던 어린 나이에 나는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흔히 언급되는 결혼의 장점들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서 있는 여자』의 연지처럼 어머니가 가장인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나는 기혼 여성에게 강요되는 ‘일반적’인 성역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잇따른 문화 침탈 논란으로 반중 감정 거세져중국 자본,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어 지난해 개봉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뮬란’은 엔딩 크레디트에 촬영에 협조해 준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고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뮬란’의 중국 개봉을 염두에 두고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한 당국을 비호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에 할리우드 측은 영화 촬영을 허락한 국가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일반적인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뮬란’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중 홍콩
인터뷰 - '반크(VANK)' 글로벌청원팀 김현종 팀원작은 겨자씨의 믿음으로 지속해온 한국 바로 알리기역사 왜곡은 하나하나 수정해가는 ‘핀셋 대응’으로 대처해‘중국은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빨간 것이 중국의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빨갛다고 다 중국의 것이 아닙니다. 김치는 한국에서 시작된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입니다. 중국의 문화 패권주의를 막아주세요!’ 지난 2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중국의 문화 침탈 흐름을 비판하고자 글로벌 청원을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반크는 △
“1398년에 설립됐으면 아시아 최고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군요!”2년 전 세계 3대 투자자로 유명한 싱가폴의 짐 로저스 씨 댁을 글로벌경영학과 학생들 10명과 방문했을 때에 그분이 우리에게 일깨워주신 말씀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의 역사가 한반도 안에서만 최고냐 아니냐는 것에 매달려 있었다. 역시 글로벌 투자자라 그런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범위를 넓혀 보니, 아시아에는 그 어떤 대학도 성균관보다 먼저 설립된 것이 없다. 물론, 누군가는 계속 “엄밀하게 말해서 유럽식의 대학조직체가 어쩌구 저쩌구” 할지 모
눈이 마주친다.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와, 링컨과, 나이팅게일과, 앨런 튜링과. 온라인 가계도 플랫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가 새롭게 공개한 딥노스탤지아(Deep Nostalgia)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같이 짧고 강렬한 만남이 가능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이헤리티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얼굴이 나온 적당한 크기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된다. 돌아가신 선조와 역사적 인물, 조각상까지도 괜찮다. 딥노스탤지아는 얼굴과 이목구비만 정확히 보이면 사진이건 그림이건 모두 움직이게 만든다. 혹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만들어
S#1 동물원/낮 코뿔소 우리 앞, 교복 입은 동우가 앉아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커플들, 가족들, 현장학습 학생들, 수많은 관람객들. 그들이 모두 지나갈 동안 한참을 코뿔소를 응시하는 동우의 뒷모습. 그 때 동우의 앞으로 지나가는 고등학생 한 무리. 학생들의 대화 중간 중간에 우리 안 코뿔소의 모습 (insert) 학생1 존나 크다 씨발.학생2 야 코뿔소는 초식이야 육식이야?학생1 몰라 시발학생2 살 튼 거 봐, 졸라 징그러학생3 코뿔소는 뿔 뽑으면 죽냐? 개뚱뚱하네 진짜학생2 궁금하면 뽑아봐 븅신아학생1 야 쟤 잔다학
음식물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없어조리법을 창작물로 보려는 노력 필요해“뺏어가지 말아 주세요, 제발” 최근 논란이 됐던 ‘덮죽’ 사태와 관련해 원조 덮죽 사장은 자신의 SNS에 조리법을 도용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덮죽 사장의 SNS 글은 음식 업계에 만연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조리법 표절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과연 음식물과 관련된 저작권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음식물 조리법을 저작권 말고 다른 방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지 알아보자.음식물의 저작권 보호는?음식물의 저작권은 현행법상 보호되기 어려
미각을 자극하는 감칠맛과 지방의 풍미 동물복지 농장과 대체육도 새롭게 떠올라세종실록에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수라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세종대왕의 일화가 나온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은 세종대왕들이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매달 신메뉴가 쏟아져 나오고 거리로 나가면 고깃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기 문화는 어떨까? 우리는 왜 그토록 고기를 좋아할까? 우리는 고기를 어떻게 먹어 왔을까육식은 인류 역사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구석기 시대에 인류는 주로 자연 채집 가능한 식물의 열매, 잎, 뿌리를 섭취했
“이거 마셔봐” 일하고 있는 수제맥주 펍의 사장님께서 처음 보는 맥주를 한 잔 건네주셨다. 와인과 닮은 검붉은 빛은 어서 마셔보라며 손짓하는 듯 했고, 시큼한 체리의 향은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만들었다. 오묘한 빛깔의 액체를 한 모금 넘겼더니 새콤달콤한 신 맛과 쿰쿰하면서도 깔끔한 풍미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맥주와는 완전히 달랐다. 감격스러웠다. 그 한잔을 아껴 마시며 맥주의 이름인 몽스 카페(Monk’s Cafe)를 계속해서 되뇌었다.몽스 카페는 시큼함이 특징인 사워 비어(Sour Beer) 중에서 플랜더스 레드 에일(F
4차 산업혁명 키워드 ‘컨텍스트’가능성·필요성 있다면 직접 나서야지난 21일 퇴계인문관(31310호)에서 ‘문화콘텐츠와 역사학’을 주제로 특별강연이 개최됐다. 이번 강연은 사학과 BK21플러스사업단(단장 임경석)에서 주최했고 총 3회에 걸쳐 진행됐다. 21일에는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김기덕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역사콘텐츠 기획’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고려시대사 전공자면서 1세대 역사콘텐츠 연구자다.그는 산업혁명의 구분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세계 경제
좋은 배달문화 형성하고자 해메뉴 하나 추가에도 성심성의껏 우리 학교 자과캠 쪽문에서 나와 ‘하숙’, ‘월세’가 적힌 전단지로 가득한 골목을 지나면 ‘찌개부대’라는 간판 아래 포차 인테리어를 한 가게가 눈에 띈다.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많지 않은 테이블이 포장마차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직은 손님이 없는 오후 3시에도 사업 구상을 위해 분주하던 김성인 사장을 만났다.그는 처음부터 외식업계에 발을 들인 사람은 아니었다며 입을 뗐다. “17, 18학번들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매년 입학식마다 제 공연으로 1년을 시작하는 게
루트번스타인 교수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이란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리처드 파인먼, 버지니아 울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과 같이 탁월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생각의 방법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천재들의 공통적 발상법 중 하나로 현상을 ‘거꾸로’ 보는 것을 들고 있다.우리는 흔히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한다. 폴란드의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당시 진리처럼 믿어왔던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창시하여 근대 자연과
1. 고성주 씨가 오래된 골목의 한 건축사무소의 문을 열고 넓은 홀에 발을 들인 것은 4월의 어느 오후였다.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이,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먹혀 버리고 말았다. 아치형의 창문으로 세시의 햇살이 새어 들어왔고, 노곤한 빛 속에서 먼지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사위는 너무도 고요했고, 적막이 고성주 씨를 무겁게 내리눌러 그는 자신마저 저 밖의 소리와 함께 먹혀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쭈뼛쭈뼛,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조명도 없는 고풍스러운 홀 저편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결혼을 당연시하고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 김치현(사회 12) 학우 “저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고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누군가와 살아야 한다면 동거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결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한 달 전에 사촌 누나의 결혼식에서 친척 어른들을 뵌 적이 있어요. 어른들이 다음에는 누가 결혼할 순서인지를 따지고 계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저는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들 제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셨어요. 결혼과 출산을 필수라고 여기는 어른들의
지난달 14일 자유와인권연구소와 애드보켓코리아의 공동주관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보고서 '혐오 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바탕으로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혐오 표현으로 인해 소수자 집단은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는 두려움과 슬픔에 시달리고 각종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위는 보고서를 통해 혐오 표현을 명문화된 법 규정으로 혐오 표현을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