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작은 돼지 한 마리가 화두에 올랐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이슬람사원 건축을 둘러싸고 지속되던 갈등 탓이다. 이슬람사원의 건립을 막고자 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의 교리가 이용된 것이다.이 충격적인 모습은 단지 이번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2021년 2월에 공사 중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이후, 대구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건축 부지는 줄곧 법적 공방의 무대였다. 이슬람사원을 건립하고자 하는 신자들과 이를 막고자 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9월에 이르러 공사를 막지 말라는 대법원
반촌사람들 - ‘만다’ 김형석 사장주기적으로 메뉴 변경하며 새로움 시도학우들이 편하게 와서 배불리 먹고 가는 가게로 남고파자과캠 후문 쪽 식당가 한 편에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어느덧 물씬 찾아온 봄기운에 통유리 벽을 활짝 열어 두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식당 ‘만다’다. 지난 20일, 따스한 분위기를 지닌 만다의 김형석(32) 사장을 만나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다는 김 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분식집에서 출발한 가게다. 김밥을 만다는 뜻을 담은 ‘만다김밥’이란 분식집이 지금의 만다로 성장
한국어중심교양 많은 도움 돼"우리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 쌓고 싶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학교에는 3376명의 외국인 학우가 재학 중이다. 우리 주변의 6명 중 1명은 다른 나라에서 온 셈이다. 이들은 어떤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까?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폴란드에서 온 올라(미디어 20) 학우, 말레이시아에서 온 나미라(소프트 22) 학우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올라: 안녕하세요. 폴란드에서 온 올라입니다. 본명은 알렉산드라인데 한국에서는 짧은 이름인 올라라고 많이들 불러요. 케이팝 덕분에 한국
선택할 고민 없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식문화마케팅 위한 무분별한 용어 남용은 자제 필요해“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성균이는 배달 어플에 음식을 검색해보며 한참 동안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어플에는 한식부터 양식까지 분야별로 잘 정돈돼 있었지만 수많은 종류의 음식은 오히려 성균이의 결정을 방해했다.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성균이는 전문가에게 저녁을 맡기기로 다짐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마카세’ 식당으로 향했다.이젠 음식이 아니라 경험을 삽니다오마카세란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일본어로, 손님이 먹을 음
인터뷰 - 현옥수 해녀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평생의 직업, 해녀아흔아홉 살까지 바다에 나가는 해녀 되고 싶어 해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직업이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해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제주 해녀 문화’가 등재됐을 만큼 해녀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현옥수 할머니는 평생을 해녀로 살아왔다. 한 많고 고달팠던 해녀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잘도 ᄉᆞᆨ았던(많은 고생을 했던) 해녀를 재조명하
미각을 자극하는 감칠맛과 지방의 풍미 동물복지 농장과 대체육도 새롭게 떠올라세종실록에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수라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세종대왕의 일화가 나온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은 세종대왕들이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매달 신메뉴가 쏟아져 나오고 거리로 나가면 고깃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기 문화는 어떨까? 우리는 왜 그토록 고기를 좋아할까? 우리는 고기를 어떻게 먹어 왔을까육식은 인류 역사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구석기 시대에 인류는 주로 자연 채집 가능한 식물의 열매, 잎, 뿌리를 섭취했
인터뷰 - '두뿔이야기' 안문길 대표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정육점 되고자 노력 고기 많이 먹어봐야 내 취향 고기 찾을 수 있어시끌벅적한 시장 골목, 붉은 조명 아래 적나라하게 매달려 있는 고깃덩어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육점의 모습이다. 종로구 구기동에는 새하얀 조명이 가득한 깔끔한 정육점이 있다. 언뜻 보면 카페 같은 이 가게는 미트 크래프트 ‘두뿔이야기’다. 이곳에서 고기를 구매하면 취향과 부위에 맞게 향신료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직”이라는 안문길 대표를 만나 ‘두뿔이야기’의 이야기를
변화하는 의식으로 대두된 대체축산물의 필요성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발전을 위한 과제지난달 1일, '써브웨이'에서 ‘얼터밋(altermeat) 썹’을 선보였다. ‘얼터밋 썹’은 기존의 고기 대신 콩고기가 들어간 메뉴다. 독특한 메뉴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기자가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얼터밋 썹 주세요.” 많은 사람이 찾는 메뉴는 아닌지 직원은 냉장고 안쪽에서 콩고기를 꺼내왔다. 어떤 소스를 뿌리면 좋은지 물어보니, 고기에 이미 양념이 배어 있어 올리브유가 무난하다고 했다. 크게 베어 물자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입
언니가 식재료를 조금 보내 왔다. 동생 굶고 살까 봐. 괜한 걱정이라고 타박하면서도 숨통이 트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운 말만 하긴 왠지 민망해 너무 많다는 둥 칭얼거리는 소리를 섞어 언니에게 고맙다고 카톡을 보낸다. 고기부터 바로 냉장고에 넣고 박스 포장을 분해한다. 운송장과 테이프를 깔끔하게 뜯어내고 박스만 차곡차곡 접어 끈으로 묶어 둔다. 쓰레기는 화·목·일요일에 내놓으라고 했지. 오늘은 해당사항 없다. 4평짜리 집에 박스 쓰레기를 보관할 곳이 마땅찮다. 현관 앞에 큰 쇼핑백을 펼쳐 놓고 우선 그 안에 넣는다. 출근 시간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독성 생리대, 그리고 E형 간염 유발 돼지고기 소시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와 생필품의 위해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케미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시민들은 뭘 어떻게 먹고 써야하는지 혼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80년대 우지라면 파동부터 쓰레기 만두, 멜라민 분유, 카드뮴 낙지, 가짜 백수오 사태 등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중 일부는 실제 유해성이 입증되었고 그 위험성이 축소 발표된 경우도 있는 반면 그 위험이 과장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에게 종교는 생활의 일부가 아닌 생활 그 자체다. 종교는 일상의 계율로서 무슬림의 식생활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무슬림의 식사는 알라신을 잘 섬기기 위한 에너지 충전의 의미로, 건강한 음식을 통해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것은 곧 신을 위한 일이다. 음식을 절제하는 이러한 무슬림의 정신은 한 달간 단식을 실천하는 라마단 기간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슬람 사회는 인간에게 허용된 음식과 금지된 음식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바로 할랄(Halal)과 하람(Haram)이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이슬람
2013년 국내 대학 최초로 한양대 학생식당 ‘사랑방’의 식단에 할랄 음식이 올랐다. 교내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학교 측이 무슬림 학생들의 복리 차원으로 학생식당에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초기에는 주 2회 운영됐던 할랄 식단이 무슬림과 비무슬림 학생 모두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 중식과 석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양대 학생식당의 영양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하기 위해 매번 할랄 음식 메뉴를 새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며 “이태원 식당이나 할랄 관련 학회 또는 전시회에
숱하게 투정부리던 엄마 밥도 집 떠나면 생각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조차 그런데 국경을 넘어 타지로 온 유학생은 오죽할까. 외국에서 살아본 한국인은 알 것이다. 낯선 냄새, 낯선 소리 속에서 ‘아리랑식당’이나 ‘태극식당’ 같은 한글 간판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중국 본토 음식점 ‘저팔계식당’은 우리 학교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이런 ‘아리랑식당’이다. 인사캠 쪽문에서 내려가다 보면 복스러운 돼지 캐릭터가 웃고 있는 빨간 간판의 저팔계식당이 보인다. 한글보다 한자 '猪八戒餐厅'이 더 크게 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