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영상 18) S#1 2200년, 대학 고고학과 실험실 세 명의 고고학자가 실험실 책상 가운데 놓인 유물을 놓고 연구하고 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형태로 분해된 기계 부품들. 책상의 좌우에 마주보고 앉아 있는 사람들. 예섭(40대)이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그의 말을 옆자리에 앉은 지산(30대)이 받아 적는다. 반대편 빈자리 옆에 앉아 있는 효진(20대). 제 나름대로 노트에 뭔가 그리며 골몰한다. 이내 고개를 든 효진의 시야는 실험실의 북쪽의 수납장으로 향한다. 수납장 한 켠에 자리한
1. 고성주 씨가 오래된 골목의 한 건축사무소의 문을 열고 넓은 홀에 발을 들인 것은 4월의 어느 오후였다.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이,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먹혀 버리고 말았다. 아치형의 창문으로 세시의 햇살이 새어 들어왔고, 노곤한 빛 속에서 먼지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사위는 너무도 고요했고, 적막이 고성주 씨를 무겁게 내리눌러 그는 자신마저 저 밖의 소리와 함께 먹혀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쭈뼛쭈뼛,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조명도 없는 고풍스러운 홀 저편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현지야, 이제 오빠한테 장난 그만 치면 안 돼?”휴대폰이 울린 건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고백을 정중히 거절하는 것으로 끝날 줄로만 알았던 일은 어느새 악몽이 돼 그녀를 쫓고 있었다. 고민 끝에 찾은 혜화경찰서에서는 △음란 △해악 △협박 행위가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망연자실해 있는 그녀에게 경찰은 학생회 혹은 학과 사무실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했다.스토킹 해결, 의지만으론 부족해 김 학우는 학생자치기구의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먼저 총학생회(이하 총학)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당시 총학은 책임을 떠
집 앞 사거리 치킨 집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철야를 하고 학교에서 나서는 길에, 무언가를 놓고 나와 급히 연구실로 돌아갔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서서 불을 켜자, 목을 매달아 죽은 어떤 남자의 시신이 보였다. 놀란 마음에 부리나케 문을 박차고 나와 복도를 달렸다. 복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숨은 계속 차오르는데 엘리베이터나 계단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