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차해원(자과계열 23) 초록아 어서 이리 와이리 와서 나를 죽여줘내 머리카락을 뜯어다 울창하고 빽빽한 뿌리를 만들어가장 우월한 유전자를 가져다 핏빛의 열매를 낳아줄래여름은 초록 너 하나의 계절 너 말고는 모두 다 질식해 죽어간다는 뜻이야 과포화 상태의 공기, 침수가 일어나는 장마에도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메말라 간다는 건거대한 찜기에서 보내는 95일보드랍고 촉촉하게 익어갈 사람, 새, 고양이, 버섯, 느티나무 같은 것을 떠올렸었어96일째 되는 날에야 손끝 첫 번째 마디를 구부려 가며 기어이 감각을 되살려 내겠지만
동물아이김혁진(인과계열 23) 때는 2022년 10월 4일이었다. 피곤한 기분마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첫째 딸 아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맞춰 놓은 알람소리나 잠에서 깨어난 둘째 아들 재송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텐데, 오늘은 기묘하면서도 거슬리는 낯선 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언뜻 들으면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내는 소리 같다가도, 또 언뜻 들으면 여러 대의 유람선이 동시에 출발하는 소리 같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소리
전 세계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을 설계하고 ‘인간의 삶과 환경의 관계’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를 에코 디자인이라고 한다. 에코디자인은 실천 방법에 따라 크게 △감량 △재활용 △생물적 분해 △재사용으로 분류되며, 각 영역에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한다. 작은 제품에서부터 거대한 공간까지, 우리의 일상에 ‘지속 가능성’을 더하는 에코 디자인을 살펴보자.[1] 감량① 에코 건축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건물 외면최근 환경 보호에 대한
패션계 식물성 비건 가죽 제품 공급 늘어진정한 환경과의 공존 필요해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비건 가죽최근 패션계에서 비건 가죽을 사용한 다양한 패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비건 가죽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동물성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가죽을 의미한다. 비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 JW PEI(이하 쥬페이)의 가방은 비건 가죽과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안감을 사용해 주목받았다. 쥬페이의 가방을 구매한 이주원(경영 21) 학우는 “가죽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 영상을 본 뒤 비건 제품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지난
문화인과의 동행 - 레더가든 가죽공방 고혜리 대표 가죽은 가방, 옷과 가구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서 오랫동안 조용히 사랑받고 있다. “가죽의 가장 큰 매력은 사용하면서 완성된다는 거예요. 사람의 향기, 손의 온도와 수분감에 따라 다르게 길들기 때문이죠.” 공방의 선반에서는 전문가의 손길로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차별화된 가죽 공예품을 볼 수 있었다. 수천 번의 망치질로 정교하게 새겨진 꽃 그림의 옷을 입은 가방이 눈에 띄었다. 가죽 속 꽃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레더가든 가죽공방의 고혜리 대표를 만나봤다.색을 더하고 문양을 새겨유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다. 작은 소리에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크게 깜짝 놀랐다. 혼자 ‘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도 많았다. 향이 강한 탓에 유치원 때부터 먹지 않고 버텨 선생님과 끝까지 기싸움을 하게 만들었던 버섯, 가지, 깻잎은 아직도 먹지 못한다. 길을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들을 함부로 연민했다. 그들의 삶을 알지도 못한 채.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했으며 아직도 그렇다. 남들이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 그 누구보다도 더 슬퍼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뿜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고통이 두 배가 돼 다가왔다.
체험기 - 분자요리 디저트분자요리, 디저트의 형태와 질감 바꿔독립된 디저트가 일상에 가까워지려면디저트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종속적인 존재였다. ‘식후에 식탁 위를 치우다’는 뜻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디저트는 독립된 하나의 요리라기보다는 코스 요리의 구성 요소에 가까웠다. 이태원 뒷골목의 한 디저트 가게는 디저트를 코스 요리의 조연에서 하나의 주연 요리로 변화시키고 있다. 디저트의 독립을 꿈꾸는 저스틴 리 셰프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제이엘디저트바’를 찾았다.제이엘디저트바는 분자요리를 활용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조연이 아닌 주
사진은 생각을 전하는 좋은 도구이념 걷어 내고 직접 보고 느껴야진정한 앎이 있어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을 담은 사진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로 화제가 된 임종진 공감아이 대표. 그는 월간 ,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사진치유자로서 사진을 통한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꿈꾼다. 방북, 걸프전 종군, 캄보디아 자원 활동을 하며 차곡히 쌓인 그의 특별한 사진 철학을 들어 봤다.어떻게 사진과 만나게 됐나.저는 민주화운동이 정점에 있던 시기인 1987년에 대학에 입학했어요. 저학년 때부터 사회가 지금보다 좀 더 나아졌으면 좋
1. 학명 Hippopotamus amphibious. 천삭동물문 포유강 소목 하마과 하마속의 포유동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하천, 호수, 늪지대에 분포되어 집단생활을 한다. 새로이 즉위한 우두머리 수컷은 선대의 어린 새끼를 모조리 살해한다. 무리 내 암컷들의 발정기를 앞당기고 경쟁 수컷들의 세력을 타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매년 아프리카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하마의 공격에 목숨을 잃는다. 2. 볕은 지옥의 불처럼 뜨거웠다. 하얗게 말라붙은 풀과 흙 위로 한 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쿠야는 늙은 거북처럼 힘겹게 고개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몇 개 안 되는 채널에 일본 골목에 야쿠자처럼 리모컨을 돌리는 족족 쿡방, 먹방이라고 불리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맹세코 그 중 단 한 개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으며 쿡방의 향연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이 먹는 걸, 만드는 걸 왜 보고 좋아하는 거지? 싶었다. 물론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자취하기 전에는 말이다. 그 전에는 아침에는 일 나가는 어머니가 급하게 해놓으신 찌개나 반찬들을 돌려먹고 학교로 나갔고, 점심과 저녁에는 간단히 학식을 사 먹거나 친구들을 따라 그때그때
우리 학교 김기현(약)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이 흰개미의 미생물로부터 ‘항진균’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천연물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 의과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남아프리카 흰개미에 공생하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흰개미의 이름(macroternes neatalensis)에서 착안하여 'macrotermycin A-D'이라고 이름 붙였다.흰개미는 생존을 위해 버섯 농사를 짓는데 이 버섯에는 곰팡이와 같은 독성 *진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있다. 흰개미 공생 미생물은
독소란 생물체 및 생물체의 대사과정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자연에는 특이적으로 이런 유해한 독소를 가진 생물이 많은데, 다양한 식물, 해양 동물, 진균류, 버섯, 특정 조류 또는 미생물들이 독소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30%의 관련 생물체의 독소만이 연구 되었을 뿐 아직 대부분의 독소가 분자구조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미지의 분야이다. 여기서 우리는 독성 생물 및 독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유명한 말이 있다. Paracelsus (1493-1541)의 “sola dosis facet vene
'아! 인간 송해룡이가 이제 별꼴을 다 보는구나!' -송해룡(신방) 사회과학대 학장 내가 우리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서울은 지금과는 달랐다. 하수구가 제대로 복개되지 않은 채 악취를 풍기며 도로 옆을 흐르고 있었고, 가로등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지금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그 자리에는 서울대 문리대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더러운 하수구가 냇가를 이루며 흘러갔다. 선배들은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미네르바의 다리’라 불렀다.‘한 번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개강 첫날 선배들과 함께 간 술집에선 신중현과
지난 달 1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결과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6%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5% 포인트 앞섰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달 17일 일부 세월호 유족들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여파인 듯하다. 다수결은 숫자놀음이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일부 언론들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자’, ‘세월호 블랙홀’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야의 협상으로 세월호특별법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반대
‘오가닉’ 하면 우리가 으레 떠올리는 것은 푸른 채소, 촉촉한 갈색 흙. 그러면 오가닉에 예술이 더해진다면? 이웃문화협동조합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오가닉의 의미에 예술가들이 '공동체와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는 총천연색의 것들'을 더했다. 그래서 이문협이 재정의한 오가닉에는 예술이 자연스럽게 포함된다.9월 7일 수원 화성 성곽 뒤편의 소박한 마을 행궁동. 이 마을을 축제의 현장으로 들썩이게 한 오가닉 아트 페스티벌을 찾았다. 오가닉 아트 페스티벌의 서막은 문탁네트워크 이희경 대표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주방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콘김치 볶음밥 구현주(인과계열13) “고소함과 느끼함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콘김치볶음밥.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스위트콘이 자취생들의 외롭고 차디찬 마음도 사르르 녹여줄 거예요.”▶재료밥, 김치, 스위트콘, 햄, 양파, 당근, 피자 치즈, 식용유▶만들기1_양파, 당근을 다진다. 2_김치는 김치 국물을 걸러내고 볶아낸다.3_양파, 당근, 햄을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센불로 빠르게 볶아준다.4_충분히 볶은 후, 스위트콘과 밥을 넣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준다.5_피자 치즈를 위에 올리고 약불에 녹인다. 프라이팬의 뚜껑을 덮어주면
그 남자의 매력수업을 잘못 선택했다. 제기랄, 수강신청 기간은 이미 끝났는데 어쩌자고 예술과 철학을 선택했을까? 돈벌이, 심지어 밥벌이도 안 되는 학문을. ‘현대예술철학의 이해’는 이해는커녕 짐작도 안 된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교수 강의가 제2외국어처럼 들린다. 예술에도 철학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기분 좋을 때 귀
지난 18일, 외신에 따르면 개미가 계급에 따라 영양상태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제 개미에 대한 인류의 연구가 개체의 지방 축적량을 확인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여기에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 매체의 역할이 더해져 개미는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존재가 되고 있다. 어쩌면 인류에게 개미가 매력적인 존재임을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까?역사적으로 매우 오
동부이촌동의 어느 한식당. 단청무늬로 장식한 간판에 적힌 ‘초록바구니’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린다. 국내 최초로 분자요리를 응용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아침 아홉 시, 손님 없는 한산한 시간을 틈타 초록바구니의 김기호 대표를 만났다.분자요리의 정의에 대해 묻자 곧바로 돌아온 “별거 아
오늘은 C를 만났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다. 또한,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그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관계는 진작 깨어져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는 열 두 간지를 두 번 돌고 또, 거기에 2년을 더한 만큼의 시간 차이를 두고 태어났다. 가끔 내가 태어날 때의 그를 상상해 본다.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