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027: 심연 1.그 전화를 받은 것은 설문조사가 끝나고 일주일쯤 뒤였다. 우우웅...우우웅...“....여보세요.”“저기 혹시 윤종수씨 전화 맞으신가요?”“네 그런데요?”“저는 안남경찰서 형사 김성민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12일 오후에 윤미순 할머니께서 쓰러진 채로 발견이 되셨는데...”“예?” 전화를 끊고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다시 주워 입고 방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에게 안남경찰서로 가달라고 했다. 2.“종수야. 야 윤종수”안남역 역사 입구 쪽 흡연구역에서 수오 형이 나에게 손을 흔들거리며 웃고 있었
돌물목이란 어떤 뜻이지? 초임 교수 시절 구입한 우리말 큰 사전을 찾아보았지만 단지 돌물이란 단어만 있을 뿐이다. 돌물이란 소용돌이치는 물의 흐름이라고 되어 있다. 목은 추석 대목이라든지 병목현상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다. 후자의 의미로 본다면, 중요하고 좁은 곳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돌물목이란 물흐름이 거센 좁은 곳을 의미할 것이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면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일 것이고, 이는 대학 시절에 해당할 것이다.내게는 어림잡아 40년이 넘을 것이다. 대학 4학년 1학기가 80년 봄이라 불리던
봄학기 축제도 끝나고 기말시험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다가오는 듯한 심기 불편한 세월에, 늦봄 날씨는 지나치게 화창하다. 일상이 되었던 미세먼지조차 잠시 자제해주고 있는 화창한 늦봄 날씨는 오히려 폭풍전야의 불안함, 불확실함의 전조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이제 우리가 익숙한 세상에서 익숙한 전략과 전법으로 하루하루 반복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세상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음을 이제 우리 모두가 나날이 절감하기 때문일까?우리가 익숙한 세상이 예측가능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런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예측 가능한 미래를
흐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음료수나 담배 연기 같은 액체나 기체상의 물질은 고체가 아닌 유체다. 유체역학은 이같이 운동하고 있거나 정지한 유체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지 상태의 유체는 유체 정역학의 대상이다. 기원전 3세기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부력의 원리가 대표적이다. 부력은 압력 차이로 유체에 들어간 물체를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다. 한편 움직이는 상태를 연구하는 유체 동역학은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한다. 유체가 매우 복잡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유체는 고체보다 분자 간격이 크고 분자 간 결합력도 떨어진다. 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예술’이란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는 화가의 일은 있는 그대로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서 우주적 진리를 정제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데 과학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합리적 추론에 등을 돌리고 자기 판단만 신뢰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속이는 지름길”이라고 답했다. 애초에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과 과학은 전혀 다른 개념을 말하는 것 같다. 이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의 관계인 것일까.고대의 예술 혹은 과학고대에는
표사유피인사유명(豹死留皮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다. 남긴다는 건 무엇일까. 흔적이다. 자신의 흔적은 누군가에겐 반추하고 싶은 추억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겠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흔적 남기는 걸 좋아한 것 같다. 그 흔적은 내 이름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썼던 자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곳 성대신문에서는 내 기사가 바로 그런 흔적이 될 것이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내 바이라인이 달려 나옴과 동시에, 후련하고, 뿌듯한 감정도 같이
평창올림픽에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거세게 휘몰아치는 여론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히려 그들은 여느 스무 살처럼 웃고 떠들며 친구가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박채린, 한도희 선수를 직접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세린 선수에게는 서면으로 물었다.남북단일팀 결성 소식은 어떻게 알았나. 심정은 어땠는지.박: 지난해 여름쯤 남북단일팀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가 다시 흐지부지됐어요. 그래서 그냥 아닌가 보다 했었죠. 그런데 올해 초에 다시 추진 중이라고 하더니 올림픽 한 달 전에 남북단일팀
우리가 살아가고 직면하는 하루하루는, 과거 그 어떤 선배와 선조들에 의해서도 경험된 바 없는 전혀 새로운 순간이며 역사다. 알고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날마다 새롭고 생경한 나날이며, 또 우리는 날마다 엄청난 도박에 가까운 선택과 결단들을 내리며 살고 있다. 우리가 맞이하는 나날들은 매우 익숙한 것이며 개미 쳇바퀴 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은, 오늘이 과거와 같고 미래가 오늘과 같으리라는 엄청난 착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1초 전, 그리고 하루 전의 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임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원에 오니까 공기가 좋았습니다.”지난 17일, 자과캠에 발을 내디딘 한양대학교 물리학회 ‘하바액션’의 소감이다. 맑은 공기 덕에 물리 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는 이들. 그들뿐만 아니라 △서강대 △숭실대 △중앙대 등지에서 온 학우들도 속속들이 제2과학관에 모였다. 바로 우리 학교 물리학회 ‘하바너머&rs
은 마지막 장면에서 제주 4·3사건에 희생된 한 사람 한 사람 곁에 지방지를 태운다. 제사 의식의 마지막 단계인 ‘소지’(燒紙)는 종이를 태우며 영혼을 하늘로 올려 주는 의식이다. 이 영화는 제주 4·3사건의 무고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제사의식이다. 영화가 막을
2층 전시실의 입구는 조각난 거울들로 만들어진 낮은 천장의 통로다. 이것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문이자 하나의 작품인 이다. 외부세계와 이불의 작품세계를 잇는 이 조형물을 지나면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시장을 둘러싼 검은 휘장은 마술쇼를 연상시키며 비현실감을 더한다. 전시장의 천장과
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다른 1학년들과는 어찌 보면 조금 바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내 시간표는 주3이다. 소위 말하는 ‘3지옥 4천국’을 경험하는 셈이다. 그마저 남은 2일의 천국마저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소모한다. 20학점을 듣기 때문에 1학기보다는 속된 말로 조금 더 “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