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아이김혁진(인과계열 23) 때는 2022년 10월 4일이었다. 피곤한 기분마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첫째 딸 아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맞춰 놓은 알람소리나 잠에서 깨어난 둘째 아들 재송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텐데, 오늘은 기묘하면서도 거슬리는 낯선 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언뜻 들으면 오합지졸의 오케스트라가 불협화음을 내는 소리 같다가도, 또 언뜻 들으면 여러 대의 유람선이 동시에 출발하는 소리 같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소리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노다겸(경제 20) “그런데, 어디 있니?” 최은경 씨의 핸드폰으로 또 알림톡이 왔다. 은경 씨는 이제 그 사근사근한 멘트를 외웠다. 아니, 다 외웠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시간에 온 그 ‘까똑!’ 소리에 “그런데, 어디 있니?”라고 대꾸하기까지 했다.최은경 고객님! 우체국입니다. 윤주선 고객님의 부재로 배달하지 못한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 대구달서우체국. 월성동에 사는 덕분에 달서우체국이 코앞이라 반송 완료 알림이 아침부터 빨리 오는 건 또 누구 속 터지라는 친절인가. 은경 씨는 국밥집에서 밤새 시달린 다리를
산재보험 개선 중이나 여전히 처리 시간과 사각지대 문제‘아프면 쉴 권리’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로 나아가야 할 때 카페 아르바이트 중 괴롭힘을 당해 우울증을 앓게 된다면 산재처리가 될까? 배달을 하러 가던 중 사고가 난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험이 적용될까? 언제 어디서나 산재는 일어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산재처리를 받을 수는 없다. 노동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지만 산재처리를 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다.업무로 인해 아프다면, 충분히 보상해드립니다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하는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문제행동에 대한 이해 부족은 유기로 이어질 수 있어반려인과 반려견이 서로 애착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야한국애견행동심리센터 정광일 소장은 문제가 있는 반려견의 행동심리를 연구하는 반려견 전문가다. 군견병 시절부터 개와 함께한 16년, 그동안 정 소장이 경험한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어봤다.반려라는 말의 무거움“*브리더에게 닥스훈트를 추천받아 분양받은 고객이 있었다. 좋은 개라고 소개받았으나 그 닥스훈트가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자꾸 깨물어 문제가 됐다.” 반려견 전문가 정광일 소장은 “브리더에게 좋은 개란 닥스훈트 같이 수렵에 대한 본능
서리가 내려앉은 산길 위로 등산화 자국이 찍혔다. 아래로 고개를 돌리니 내 발자국 위로만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는 선주가 보였다. 내 발자국에서 어떤 온기라도 느끼는 것일까. 혹은, 사람들의 경고대로 선주의 날카로운 눈빛을 조심해야하는 것일까. 두 사람 뒤로 이어지는 한 쌍의 발자국에는 어딘지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었다.침묵 속에서 다시 오르막길을 걸었다. 가만히 서서 나를 올려다보던 선주는 내가 움직이자 말없이 따랐다. 아득히 펼쳐진 숲속에서 숨소리는 거리감이 없었다. 내 가쁜 숨소리를 듣고 있자면 소리가 내 귓속에서 나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알파벳 그림책의 즐거움’ 행사가 우리 학교 중앙학술정보관 창조존에서 열렸다. 우리 학교 아동청소년학과와 생활과학연구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로 3회째다. 창조존 앞 책상에는 영미권 작가들의 알파벳 그림책과 우리나라 작가들의 한글 그림책이 전시됐고, 창조존 내부에서는 이호백 동화작가 겸 출판인의 특강과 그림책 만들기 및 알파벳 디자인 체험 수업이 진행됐다.첫날 특강 시간에는 이호백 작가가 알파벳 그림책의 목적과 인기, 상업적인 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알파벳 그림책은 아동의 문자 학습을 위해 만들어지기 시
우리 학교에 어린이집 및 수유실 등 학내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은 2016년 대학정보공시를 기준으로 교원이 5202명(비전임 포함), 직원이 414명(계약직 포함)으로 총 5616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 인사캠과 자과캠 내에는 교직원과 원우들을 비롯한 교내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구성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 일반대학원 무용학 박사 과정을 졸업한 한 동문은 “재학 시절 교내에 아이를 맡
아 ... 내가 약대생이라니윤 동문의 약대 진학은 사실 원하던 공대에 떨어졌기 때문에 내렸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점수대에 맞는 약대와 교대를 놓고, 약사가 되면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여중여고를 졸업했으니 대학만큼은 꼭 공학으로 가고 싶었죠. 당시 남녀공학 약대는 성대밖에 없더라고요. 마침 집도 근처였고요.” 이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간 약대이니 공부에 흥미가 없던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리출석도 많이 하고 심지어 몇몇 과목은 아예 시험까지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어요. 나중에 교수
1960년 39.15%에 불과했던 한국의 도시화율은 1990년에는 81.95%에 달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갑작스레 많은 수가 농촌에서 이주해오다 보니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간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로 한 지역에 모여 살게 됐다. 이후에도 도시 내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수도 많아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 이웃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사는 도시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관계의 단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도시문제, 마을로 풀다도시지역에 복지시설 및 제도가 완
오는 23일 대학로 CGV에서 영화 ‘춤추는 숲’이 개봉한다. 지난 16일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초청작인 ‘춤추는 숲’을 용산 CGV에서 미리 만나봤다. 1994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젊은 부부들이 모여들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그들은 자신들이 잊고 살던 △공동체의 삶 △
징징징 일렉 기타 소리가 퍼지고 둥둥둥 드럼 소리가 울린다. 키보드와 베이스가 조용하면서도 무게 있게 소리를 받쳐내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위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올려진다. 저절로 고개를 까닥이게 하고 손뼉을 마주치게 하는 이곳은 마치 열광으로 들어찬 락밴드의 공연장 같다. 바로 밴드뮤지컬 의 한 장면이다.비정규직이란 이유
홍대 앞의 작은 소극장,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소극장에 딱 알맞을 만큼의 사람들. 무엇을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궁금하던 찰나 묵직하고 청량한 목소리가 육성으로 울려 퍼진다.“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중략….” -봄소식(春信), 유치환바로 작가들의 봄맞이 편지 낭독회가 열리는 곳이었다. 봄의 저녁이 무르익어가는 3월의 마지막 날, 유자효 시인의 시 낭독과 함께 본격적인 봄나들이가 시작됐다.사실 이 모임이 특별